북미 '대화 의지' 살릴 골든타임 넉넉지 않다
작성자 북민위
작성일 2018-02-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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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다음 날 우리 정부의 중재로 청와대에서 만나려다 막판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청와대에서 만날 계획이었으나 북한이 2시간 전에 취소하는 바람에 불발로 그쳤다고 21일 전했다. 신문은 미국 부통령실과 백악관, 국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등이 실명으로 확인한 것으로 볼 때 큰 줄거리는 사실로 봐도 될 것 같다. 펜스-김여정 회담이 성사됐다면 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긴장 완화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회에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북한 관리와의 회담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북미 간 회담 구상을 우리 측이 먼저 제시하고 중재했다는 전언도 있다. 불발로 그쳤지만 북미 양측 모두 대화 테이블에 앉을 의지가 있다는 점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벌이는 본격적인 담판은 아니더라도 직접 만나서 상대방 의중을 파악하려는 의사는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미 간에 마주 앉아 대화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도 드러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애초 이번 회담을 추진하면서 회담의 목적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직접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회담 자체가 아니라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펜스 부통령이 북측과 회담이 잡혀있음에도 리셉션장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도 않고 5분 만에 떠난 것이나, 개회식에서 뒷자리에 앉은 북한대표단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한은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를 만나고, 새로운 제재를 언급한 데 불만을 표시하며 막판에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담 당일 아침까지도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싫지만 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과의 회담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을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해 보내겠다고 발표한 시점이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이 결정된 뒤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4월 초 시작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는 듯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패럴림픽이 다음 달 18일 종료된 뒤 4월 이전까지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이 (훈련일정을) 정확히 발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미 양국이 4월 1일부터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상황에서, 4월 이전에 훈련일정을 발표하겠다는 답변이 '4월 초 훈련 개시'로 해석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대북방위체제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라 꼭 필요한 것인데, 미군의 다른 훈련일정과 연동돼 있어 더는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해 모처럼 열린 대화의 창이 다시 닫힐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북미 사이에서 중재할 수 있는 시간도 그때까지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현재로썬 북미회담이 선행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는 것 같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간극이 크기는 하나 양쪽 모두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북특사 방안과 관련해 "평화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미국 쪽과 소통하면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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