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정권따라 지원정책 오락가락… ‘물고기’아닌 ‘그물’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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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17 07: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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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경(가운데)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 이사장과 허광일(왼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이 지난 1일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진단하면서 탈북민 현황과 한반도 통일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10) ‘우리사회의 과제’ 좌담 <끝> 

■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김책금속전문학교 졸업
△북한군 9사단 복무. 청진조선소 청년동맹위원장. 
△1993년 탈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 이사장 
△김일성종합대 법학부 졸업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무역참사. 과학기술참사
△1999년 태국 탈출. 탈북자동지회 회장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경기대 행정학과, 미 센트럴대 명예 정치학 박사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 북한 및 국내 좌익종북, 안보대책 등에 대한 연구
△북한연구학회 이사 등 역임 

■ 사회 = 이제교 차장(정치부) 

대한민국 정착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2만9948명, 올해에만 1154명이 남한으로 왔다. 하루 평균 3.8명, 평균 추산해 오는 13일이면 3만 명을 넘게 된다. 각양각색의 탈북 역경에는 자유와 희망이 깃들어 있다. 김정은 체제에서 탈출해 국경을 넘었고, 미래를 일구기 위해 남한에 터전을 잡았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드리우듯, 정착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실패한 탈북민들도 있다. 한국 사회의 차별과 냉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모두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 이사장,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등 탈북민 2명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에게 ‘탈북민 3만 명 시대, 우리 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좌담을 진행했다. 

△사회자 = 하루 평균 3.8명이 탈북하는데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

△유 원장 = 북한 김씨 왕조 통치체제에 커다란 누수가 생겼다. 먹고사는 문제를 정부와 사회가 해결해 주지 못하니까 ‘중국에 가면 먹고는 산다’는 마음으로 국경을 넘고, 다시 중국에서는 ‘한국에 가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북한을 등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누적된 3대 세습 폭압통치의 결과다. 탈북민들은 남북한 양 체제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통일시대가 왔을 때 남북한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안보와 통일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다.  

△홍 이사장 = 체제에 만족하면 북한을 떠나겠는가. 가족이 있고 친척이 있는데.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탈북민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북한을 떠나 온갖 고초를 겪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일만 잔뜩 부려 먹는다. 북한에서는 농민들이 소를 몰고 가다가 말을 안 들으면 “이놈의 소, 학습 총화(사상교육)나 시켜야지”라고 말한다. 정부가 조직생활을 강요해 주민들은 자유가 없다. 북한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나와 보니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가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도 적화통일을 외친다. 

△사회자 = 탈북민이 늘어도 북한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주장도 있다. 

△허 위원장 =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모른다. 지식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 체제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안다. 수령-당-인민의 일심단결체제는 이미 붕괴됐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최고 배려를 받고 혜택을 누리던 엘리트 계층도 탈북하고 있다. 정권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다. ‘김정은 너 하나만 믿고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 원장 = 당장 북한이 망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거대한 댐도 바늘구멍만 한 균열을 시작으로 붕괴된다.  

△사회자 = 한국 정부의 탈북민 지원정책을 평가하면.  

△유 원장 = 1997년에 북한이탈주민 정착 및 보호에 관한 지원법을 만들었다. 보통 탈북민들에게 정착금, 임대주택 제공, 취업지원, 각종 사회보장 제도를 포함해 1인당 1억50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도시 빈민들보다 혜택이 많다. 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기회의 제공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는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물 던지는 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허 위원장 = 사실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탈북민들은 벽돌 한 장 옮기지 않았다. 그러나 2800만 명의 북한 주민을 챙기기 위한 정책적 대응 준비 과정인 측면도 있다.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가 무척 어렵다. 탈북민들이 4대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에 근무하면 바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열심히 살려는 탈북민들은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일용직 근로자, 파출부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  

△홍 이사장 =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하나센터 중심으로 탈북민 지원 및 교육이 전개된다. 정착금 2000만 원을 받으면 주택보증금 1300만 원을 내야 한다. 남은 700만 원 중에서 탈북하는 데 들어간 브로커비를 350만 원 정도 줘야 한다. 어떤 때는 돈이 떨어져 당장 1만 원도 없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 1인당 1억500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평생 들어가는 모든 사회보장성 혜택을 합한 것이지 실제와는 다르다. 한국 사회 정착에 성공한 모범적인 탈북민들을 통일 관련 분야에 진출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후배 탈북민들을 교양하고 이끌어 주면서 경험을 전달하면 탈북민들이 정착하는 데 한결 수월할 것이다. 

△허 위원장 = 탈북민 지원정책 주무부처가 예전엔 보건복지부였는데 지금은 통일부로 넘어왔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지원대책도 출렁였다. 탈북민의 명칭만 해도 귀순용사→북한이탈주민→새터민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제는 남북통일을 목표로 탈북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착금을 얼마나 주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탈북민 정착을 위한 안정적인 장기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사회자 = 지금 김정은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는가. 

△홍 이사장 = 국제사회 제재로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의 진짜 위기는 1990년대 말이었다. 경제 상황 악화, 생산성 하락, 자연재해로 고난의 행군이 이뤄지던 1995년 이후 북한에서는 350만 명이 아사(餓死)했다. 그때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민만 100만 명에 달했다. 당시 국제사회와 대한민국 정부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 지원정책을 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인사들은 수백만t의 쌀과 비료는 물론 현금까지 북한에 갖다 바쳤다. 무너뜨릴 수 있는 김정일 정권을 도와줘 북한 주민들의 노예생활을 연장시킨 역사의 죄인이다. 그런데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내년에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가 도래한다는 말이 북한에서 들린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라. 

△사회자 = 북한 생활과 한국 생활을 비교해 보면.  

△허 위원장 = 청진에 김일성 교지에 의해 세운 15층 아파트가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전력 사정으로 가동하지 않았다. 고층에 사는 병약한 노인들은 기력이 없어 1층에 내려가지 못하고 숨지기도 했다. 베란다에서 닭과 돼지를 키우기도 한다. 물이 공급되지 않아 대소변을 치울 수 없어 그냥 창밖으로 던진다. 한국에서는 양질의 전력이 싸고 안정되게 공급돼 너무 편하다. 

△홍 이사장 = 북한에는 정치적 자유가 없다. 함께 박수 치고 거수하는 그런 삶을 살았다. 외교관 생활을 했지만 여권을 압수해 항상 감시 속에 살아야 했다. 남한에서 여권을 구청에서 발급해 주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배급을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살았다. 주는 대로 먹고, 안 주면 안 먹고, 생각해 보면 가축이었다. 남한 여성들은 해방 그 자체다. 온·냉수가 24시간 나온다. 북한에서는 고위층 여성들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치다. 가깝게는 불과 몇십㎞ 떨어진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사회자 = 남북통일을 위한 탈북민들의 역할은.  

△유 원장 = 탈북민들은 안보 역군, 통일 일꾼들이다. 국내에는 70여 개의 탈북민 단체가 있다. 탈북민 단체들은 화합과 조직화를 통해 나름대로 통일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허 위원장 = 김정은 정권은 미래를 상실했다. 한마디로 북한 3대 세습 독재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제 추락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관성 있게 대북 압박정책을 펼치고, 그 효과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남한의 일부 정치인과 학자는 ‘북한 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 북한 사회는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에 자주 전화를 걸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걔는~” “쟤는~”이라고 표현하더라. 지금은 더하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존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권과 지도자에 대한 존경은 사라졌다. 그런데 절대 빈곤에 처하다 보니 정권에 저항하려는 생각조차 못한다. 오직 자신들이 먹고사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민들은 외부 세계의 정보와 실상을 알려줘야 한다. 

△홍 이사장 = 통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먼저 북한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세습 독재체제를 부수고 민주·개혁·개방 정부가 들어서도록 북한 주민들을 유도해야 한다. 체제 붕괴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 주민들은 끌어안고 정권은 버려야 한다. 국제적인 압박과 제재를 강화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대량 탈북을 유도하면서 탈북민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멀리 통일을 내다보면서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안착해 살 수 있도록 마음 따뜻하게 대해 주고, 경제적으로 도와준다면 통일은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전쟤)
정리 = 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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