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10-14 0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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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베를린 소녀상 철거 전방위 로비…정부, 직접 개입에 부정적·대응법 고민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일본 총리로 취임했지만,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바뀌지 않으면서 한일관계에 냉기류가 걷히지 않고 있다.
일본은 스가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외교력을 동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하순께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의 방한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현금화되지 않는다는 보증을 요구했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근거해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인데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이를 막아달라고 한 셈이다.
한국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정상회의를 연내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중국, 일본과 협의하고 있다.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얼굴을 맞대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에 주목해왔다.
정부도 가능한 정상회의 계기에 스가 총리의 방한을 성사시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배상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하라는 일본의 요구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라는 의미여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가 정권이 정례적으로 개최돼온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에 조건을 건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까지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도통신은 전날 "일본은 이전에 정상회담 참석을 외교 카드로 쓰는 다른 나라의 수법을 비판해온 경위가 있다"며 "(이번) 대응은 모순된다는 인상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스가 방한에 대한 일본 내 부정적인 기류를 인식하고 있지만,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 중이며 유관국들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독일의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베를린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외무상까지 나서 독일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지난 2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철거를 요청한 결과 현지 행정당국이 코리아협의회에 14일까지 철거를 명령하고,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철거 명령을 정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8일 일본의 철거 요청에 대해 "일본 스스로 밝힌 바 있는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도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철거를 막기 위한 공개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민간단체가 세운 소녀상인 데다 철거 권한이 독일 지방정부에 있는 만큼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를 막기 위해 너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소녀상 문제가 한일 양국 정부 간 갈등으로 비치면서 그동안 민간 주도 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될 우려도 고려하고 있다.
정하며 외국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이는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어 적절한 대응법을 고민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어떠한 조치나 방안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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