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교과서 반납하는데 훼손했다고 파지 내라? 北 학교 현실
  • 북민위
  • 2025-03-26 06: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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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학교들이 새 학기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 교과서가 충분치 않아 윗학년 학생들에게 헌 교과서를 반납하도록 하고, 심지어 교과서를 분실·훼손한 학생들에게 배상 차원의 파지를 요구해 불만을 사고 있다고 한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안주시를 비롯한 도내 시·군의 학교 대부분이 4월 시작되는 새 학기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기존에 사용하던 교과서를 20일까지 모두 반납할 것을 통보했다.

이후 현재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이 반납한 헌 교과서의 권수 파악과 상태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학교들은 교과서를 분실해 반납하지 못했거나 교과서를 심하게 훼손한 학생들에게 배상 차원으로 상파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안주시의 학교들에서는 교과서를 분실한 경우에 상파지 6kg을, 교과서를 분실하지는 않았지만 훼손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상파지 3kg을 내도록 했다”며 “이에 학부형들은 새 교과서를 받을 때 이미 교과서값을 냈는데 교과서가 닳았다고 또 파지를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대부분 학생이 선배 학생들에게서 헌 교과서를 물려받아 써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새 교과서의 권수가 충분치 않아서다.

그래도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새 교과서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으나 아무리 “낙서하지 말아라”, “찢지 말아라”, “잃어버리지 말아라”라고 강조해도 어린 학생들의 특성상 교과서를 온전하게 쓰는 경우가 많지 않고, 분실률 또한 높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새 교과서 지급은 전적으로 교사의 재량이라, 일부 교사들은 뇌물을 잘 바치는 열성분자 학부모를 둔 학생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새 교과서를 주는 등 교과서를 차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헌 교과서를 지급하는 데 있어서도 교사들은 편애하는 학생에게 비교적 상태가 좋은 교과서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만을 품는 학생들도 많지만, 대체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새 교과서보다 헌 교과서를 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새 교과서를 받으면 책값을 내야 하지만 헌 교과서를 받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무상 교육을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지만 실상은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과서조차 유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가정의 부모들 역시 새 교과서는 값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자식이 물려받는 교과서가 많으면 내심 반가워하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현재 학생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헌 교과서 중에는 2013년에 발행된 것도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발행된 것이라고 해도 대부분 낡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학생들이 교과서를 관리하면 얼마나 잘 관리하겠느냐”며 “나라에서 학생들 교과서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니 학생들이 이렇게 낡은 책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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