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3-08 0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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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편의봉사시설로 분류하는 ‘한증탕’의 명칭을 ‘싸우나’로 통일하고 간판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언어생활에서 민족성을 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외래어 사용을 승인해 관심이 모아진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현재 운영 중인 한증탕과 새로 건설될 종합편의봉사시설 내 한증탕에 그에 맞는 명칭을 사용하라는 취지의 ‘1호 비준 지시’가 지난달 중순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준한 지시는 최근 북한 내에서 인민생활 향상 기조가 부각되고 그 일환으로 다양한 편의시설 건설 및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편의시설의 명칭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증탕을 ‘싸우나’로 바꾸는 것인데, 국가가 외래어 사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양문화어보호법으로 인해 외래어처럼 들리는 말을 하거나 쓰는 것이 부담이었고, 그래서 용어 사용도 굉장히 경직돼 있었다”며 “한증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다양한 사우나들이 생겨났으나 함부로 부르다가 평양문화어보호법에 저촉돼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그냥 한증탕이라고 뭉뚱그려서 써왔는데, 이번에 1호 비준 지시로 그동안 조심하며 써 왔던 사우나라는 입말을 대놓고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여기(북한)도 증기식이나 건열식 외에 다양한 방식의 새로운 싸우나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름 하나 제대로 붙이지 못해 한증탕으로만 불리던 것이 특색에 따라 각각의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며 “증기싸우나, 건열싸우나, 랭싸우나, 저온싸우나 등 다양한 형태에 맞게 쓰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1호 비준 지시가 내려짐에 따라 현재 북한 전역에서 편의봉사시설로 운영되는 한증탕 시설은 물론, 공장·기업소 내 한증탕 시설에도 특색에 맞게 새로운 명칭으로 된 간판을 제작해 교체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이번 1호 비준 지시를 ‘인민들이 사용할 한증탕의 이름 하나까지 손수 지어주신 은혜로운 조치’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증탕의 명칭을 변경하는 사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한증탕과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인 현실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편의봉사시설들이 시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외곽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라며 “한증탕이 됐든 싸우나가 됐든 그러한 명칭을 바꾸는 것에 은혜니 뭐니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모든 인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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