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1-07 1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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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코로나 시기 이후 주민들의 외부정보 이용을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경로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로 외부 정보를 접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UBS 등 휴대용 저장장치를 통해 외부정보를 접하는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통일방송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4 북한 주민의 정보자유와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회의’를 열고 북한 주민들의 미디어 환경과 외부콘텐츠 이용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북한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인터뷰와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10명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북한 주민들의 82%가 USB 등을 통해 외부정보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휴대용 저장장치 보급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0명의 응답자 중 각 저장매체 보유율은 ▲USB 83% ▲마이크로 SD카드 58% ▲CD나 DVD 50% ▲SD카드 49% ▲외장하드 15% 등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휴대용 저장장치의 보유 비중이 높은 것은 외부정보를 이용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 감시와 처벌,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DVD와 외장하드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단속에 걸리기 쉽지만 UBS나 SD카드의 경우 부피가 작고 폐기하기 쉽기 때문에 단속을 피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크기가 작아 북한 주민들이 ‘쥐카드’라고 부르는 마이크로 SD카드는 삼켜버릴 수 있어 급작스런 단속을 피하는데 유용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USB 등 휴대용 저장장치를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97.9%가 해외에서 제작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 콘텐츠의 출처가 된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8.4%가 중국이라고 답했으며 이와 비슷한 비율인 87.4%가 한국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뒤로는 ▲러시아 45.3% ▲미국 36.8% ▲유럽 21.1% ▲인도·홍콩 등 13.7% 순이었다.
중국 콘텐츠를 이용하는 주민이 많은 것은 중국 콘텐츠가 북한에서 엄중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콘텐츠를 이용하는 주민이 87.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는 가혹한 처벌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욕구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한국 콘텐츠를 접한 후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한의 녹화물 시청 후 어떤 변화가 생겼냐’는 질문에 전체 100명의 응답자 중 65%가 ‘남한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답했으며, 55%는 ‘남한 녹화물을 지속적으로 시청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이 중 30%는 ‘남한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 말투를 따라하게 됐다’고, 28%는 ‘한국의 옷차림을 따라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또 ‘가장 좋아하는 외국 영상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한국 콘텐츠를 꼽았는데, 영상물 부문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공조’, ‘범죄도시’, ‘천국의 계단’ 등이 1, 2, 3위로 꼽혔다.
가장 좋아하는 외국 노래에 대한 질문에는 임영웅과 노사연의 ‘바램’이 1위,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이광백 국민통일방송·데일리NK 대표는 “북한 당국의 정보 통제가 강화됐지만 북한 내 미디어 기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외부 정보를 보고 들으려는 북한 주민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정보자유와 언론자유, 알 권리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보 및 언론 자유가 탄압돼 있는 사회에 외부정보가 유입됐을 때 어떠한 시민의식의 변화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텐진 펠돈(Tenzin Paldon) 티베트의 소리(Voice of Tibet) 편집장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의 억압으로 정보 유입이 통제되고 있는 티베트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며 “아직도 많은 티베트 주민들이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찐 후 롱 (Trinh Huu Long) 베트남법률이니셔티브(LIV) 디렉터는 “베트남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적 사고 형성에 정치와 공산당을 다룬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 같은 외부 정보의 유입으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의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칼 거쉬만(Carl Gershman) 전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은 “북한 주민들이 박탈당한 자유를 회복하게 한다면 자유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 북한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위한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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