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2-01 07: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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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수정한 이후 국제 다자회의 무대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호칭을 바꿨다.
31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전날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 일반 토의에서 북한 측 대표인 방광혁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대리가 우리나라의 국호를 "알오케이"(ROK·Republic of Korea)로 불렀다.
방 대사대리는 이날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잇따르자 발언권을 행사했다.
방 대사대리를 비롯해 북한대표부 인사들은 그동안 유엔 회의장에서 그동안 '남조선'으로 풀이할 수 있는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 또는 그 줄임말인 '에스케이'(SK) 등의 표현을 주로 썼었다.
그러나 최근 유엔에서 '대한민국'으로 해석되는 'ROK'로 호칭을 바꾼 것이다.
북한 스스로를 칭할 때는 예전부터 쓰던 "디피알케이"(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한민국 호칭은 김여정이 작년 7월 담화에서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그러다가 김정은이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그간의 대남노선을 전면적으로 바꾼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이 일반화했고, 남조선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족의식의 흔적을 완전히 뺀 호칭을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를 불변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겠다는 북한의 인식이 대한민국 호칭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군축회의 현장에서도 북한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안보 공조를 자신들에 대한 적대행위로 부각하며 대결 지향적 발언을 이어갔다.
방 대사대리는 영어로 "새해 벽두부터 'US'(미국)와 'ROK'는 일련의 연합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며 "US와 그 속국들이 자행하는 대북 대결 책동은 전례 없을 정도로 극에 달했으며 '전쟁'이라는 단어가 이미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용철 북한대표부 참사관도 북한의 대남 규정이 크게 수정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는 위협성 발언을 했다.
그는 "북한과 'ROK'의 관계는 더는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바람이 잦으면 비가 오게 돼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불씨도 엄청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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