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7-26 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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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른바 '전승절'이라 부르는 6·25 정전협정기념일 행사에 중국 대표단을 초청하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꽁꽁 닫아왔던 국경을 마침내 본격적으로 개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인 리훙중(李鴻忠)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은 오는 26일 방북할 예정이다.
이들은 북한이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 개최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외국 인사가 단체로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교역은 일부 진행했지만, 인적 교류만큼은 철저하게 제한해 왔다.
북한에 외부 인사가 들어간 건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지난 3월 말 부임한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북한은 팬데믹 기간 각종 국제행사에도 평양에서 인사를 파견하는 대신 해외에 주재하는 이들을 대신 참석시키는 것이 외교 관행이었다. 우방국과의 회의도 비대면 방식을 고수했다.
이달 초 북한이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면서 대외교류도 정상화할지에 시선이 쏠렸지만,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가 참석한 바 있다.
그러던 북한이 중국 대표단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약 3년6개월여간의 고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해외에 있는 북한인도 계속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북한의) 봉쇄 조치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며 "(이번 초청을 계기로) 고려항공 운행과 북중 기차편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승절'을 무대로 당시 함께 싸운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대외활동 재개를 알린 점도 주목된다.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중국과 친선이 외교의 주축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 전략무기가 줄줄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심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중국의 용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 대표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형 ICBM을 공개함으로써 중국의 북한 핵개발 용인이라는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이번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을 단장으로 보낸 것은 2018년 정권수립 70주년(9·9절) 열병식 때 리잔수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급이 낮아졌다.
그 배경에는 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서는 상황에 중국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미 등은 그간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입장을 두둔해온 중국을 향해 대북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최근 미국과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진행하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에서 북한과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013년 북한의 전승절 60주년 때도 이번 리훙중과 비슷한 급으로 평가되는 리위안차오 당시 국가부주석을 보냈는데, 이는 그해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시선과 북중관계를 모두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북중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전승절에 이어 올해 북한의 9·9절 75주년에도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하고, 북한은 9월 하순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은 물론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화답할 수 있다.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등록도 마친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의 중국 대표단 초청에 관해 "북한이 최근 전반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조처를 했고, 국제 스포츠행사에 참가를 준비하는 동향 등으로 볼 때 어느 정도는 (국경 개방이) 시간문제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외교를 중심으로 한 고위급 교류 재개에 그칠지, 국경의 전면적인 개방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소장은 "북중관계가 매우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코로나 상황에서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건지, 전면 개방을 시작했는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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