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초코파이 신의주시장서 폭발적 인기
  • 관리자
  • 2010-06-15 11: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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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250만 개 지급 … 먹고 난 포장지는 왜 안 보일까
“안 먹고 몰래 내다 팔아 신의주에 유통시장 형성”
라면·칼국수 등 간식에 취업 석 달이면 얼굴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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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의류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
개성공단에서는 요즘 “초코파이 때문에 공단이 굴러간다”는 말이 나온다.
 
이곳에 진출한 116개 남한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4만2000여 명. 한 사람당 하루 2~3개의 초코파이가 지급된다. 한 달에 250만 개를 소비한다.
 
본격 공급된 2007년 5월의 월 50만 개에서 2년 새 다섯 배로 늘어났다. 하루 10만 개꼴로 공급되는데도 먹고 난 포장지는 거의 찾기 어렵다고 한다.
 
개성공단이 ‘초코파이를 삼키는 거대한 블랙홀’로 불리는 이유다. 공단 관계자는 “처음엔 동생이나 자녀에게 주기 위해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장마당에 팔아 돈을 챙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契)까지 생겼다.

 
통일부 당국자는 “초코파이를 사들이는 수집상이 나타났고 북·중 국경지역인 신의주에 유통시장이 형성될 정도”라고 말했다.
 
공단 근로자들이 퇴근 때 소지품 검사를 받는데도 다른 지역에 유통되는 것은 폭발적 인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초코파이는 ㈜개성유통이 독점 공급한다. 원조는 오리온이지만 납품 가격이 맞지 않아 후발인 롯데제과와 크라운에 낙점됐다.

 
납품가는 개당 125원으로 남한 소비자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이정구 개성유통 사장은 “북한 근로자들의 선호도나 비용과 유통 편의 등을 따져볼 때 초코파이를 대체할 품목이 없다”고 말했다.

커피믹스는 최근 급부상한 기호품이다. 남북이 근무하는 개성 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북측 관계자들은 “이거 한 잔 먹어야 힘을 내 일하지”라며 수시로 커피를 즐긴다.

 
북측 운전기사나 근로자들도 사무실 등에 비치된 커피믹스를 일회용 컵에 타 먹는다. 한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스턴트 커피로 바꿨다가 북측의 볼멘소리에 커피믹스를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자본주의의 묘약’이라며 금기시하던 예전과는 확 달라졌다.

공단지역 군부·세관 당국은 때아닌 ‘음란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통관 과정에서 남측 근로자가 USB에 야한 동영상을 담아 갔다 망신당한 사례도 있다. 사무실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다 적발돼 북측에 벌금을 물기도 했다.

 
언더웨어 업체인 A사는 포장 문제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여성 모델이 실린 포장박스를 북측 근로자에게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북한 당국의 요구였다.
 
결국 커튼을 치고 포장은 남측 근로자들이 맡는 쪽으로 해결했다. 속옷이 그려진 이 회사 차량은 “우리 근로자를 다 망쳐 먹으려 하느냐”는 군부의 반발에 출입을 제한받기도 했다. 생산설비 포장에 쓰인 폐지 더미 속에 비키니 달력이 발견돼 북측 세관원들이 문제 삼은 일도 생겼다.
 
중국동포 마사지 여성을 뒀던 공단 내 복지시설 송악플라자는 군부 실세인 김영철 국방위 정책실장이 “이런 건 필요 없다”는 말 한마디에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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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간식에 계란을 곁들인 라면·칼국수 같은 특식이 제공돼 북측 근로자는 취업 석 달쯤 지나면 얼굴이 좋아진다고 한다.
 
냉난방에 온수 목욕까지 가능해 개성공단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취업에 한 가구 1년치 생활비인 50만~60만원(화폐개혁 전 기준)의 웃돈까지 오간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연간 4000만 달러를 임금으로 가져간다. 최근 거칠게 대남 위협을 하면서도 남측 지원으로 북측 관계자가 해외공단 시찰에 나선 것은 이런 속사정 때문일 수 있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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