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中국경 봉쇄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외화벌이 타격 우려"
  • 북민위
  • 2023-05-11 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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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년 5개월째 중국과의 국경을 꽁꽁 닫아걸고 '고립의 길'을 걷는 이유는 뭘까.

중국 단둥의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중국 단둥의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간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했던 중국이 올해 1월 국경 봉쇄를 전면 해제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했음에도 북한은 국경 개방과 관련해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국경을 전면 봉쇄한 이후 3년 5개월째 '쇄국'을 고수 중인 것이다.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내정된 지 2년 만에 지난 3월 부임했고, 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선언까지 나오면서 북중 국경 봉쇄 해제 임박설이 파다하지만,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단둥에서는 아직 아무런 관련 징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단둥의 대북 무역상들은 북한이 국경을 열지 않는 이유로 우선 코로나19 유입 우려를 꼽았다.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됐지만, 의료 시스템이 미비하고 백신과 치료제도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외부 유입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장 막중한 과제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지만, 일상 회복으로 완전히 전환하지는 않았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월 "방역 전선은 변함없는 국가사업의 제1순위"라며 흔들림 없는 방역 태세를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초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단둥과 마주 보는 북한 신의주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해 한 때 봉쇄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코로나19 감염자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기존 오미크론 하위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 XBB 계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도 북한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8일 "지난달 하순 기준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감염 사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74.4%가 XBB 변이"라며 "XBB 변이가 중국 내 코로나19 우세종이 됐다"고 밝혔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기간의 국경 봉쇄로 물자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필품이 부족하지만, 섣불리 국경을 열었다가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 속수무책일 수 있다"며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당분간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관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북한이 국경을 닫아두고 있는 더 큰 이유로 중국 내 노동자들의 외화벌이가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 관측도 있다.

현재 단둥과 선양, 옌볜, 투먼, 훈춘 등 중국 변경 지역에는 10만명을 웃도는 북한 노동자들이 식당, 의류·수산업 공장,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1인당 한 달 급여는 2천500∼4천위안(약 48만∼77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 단체 생활을 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은 3D 업종을 꺼리고 이직도 잦은 중국의 젊은 층보다 북한 노동자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이 작년 4월 코로나19로 수개월간 도시가 전면 봉쇄됐을 당시에도 공장 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중국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조업해 북한 노동자 고용의 장점이 부각하기도 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 가운데 절반은 노동자 몫이고, 절반은 북한 당국에 넘어간다"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북한이 중국 내 노동자들을 통해 매달 벌어들이는 외화는 한 달에 3억 위안(약 573억원)가량"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3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2천55만 달러(약 272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액수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지하자원은 물론 농수산물 수출도 엄격하게 규제받는 북한으로서는 이보다 확실한 '캐시 카우'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외화벌이가 유엔 제재 대상이라는 점이다.

앞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 대북 제재에 나서면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 등을 규정한 2397호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든 북한 노동자를 송환해야 했다.

그러나 때마침 터진 코로나19로 북한이 2020년 1월 국경을 닫아걸고 해외 입국을 전면 차단하면서 중국에서는 이 결의 이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을 열면 중국으로서는 북한 노동자들을 자국에 계속 체류시킬 명분이 사라지고, 이렇게 되면 북한의 외화벌이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북핵 수석대표는 지난달 7일 서울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해외 체류 북한 노동자들의 조속한 송환을 국제 사회에 촉구한 바 있다.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계약 기간은 통상 2∼3년으로 국경이 풀리면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과거에는 기존 노동자들이 복귀하면 신규 인력이 중국에 들어와 외화벌이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제재로 사정이 달라졌다"며 "국경이 풀리면 중국이 북한과 밀착 관계라 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계속 잔류시키거나 신규 인력으로 대체해주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북한은 기존 해외 노동 인력이 송환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합당한 명분을 제공해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중국 내 노동자들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경을 계속 닫아두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음에도 북한이 방역을 강조하며 봉쇄를 풀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이유라면 북한은 국경 개방을 최대한 늦추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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