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북한, 5년 만의 국제대회 복귀
  • 북민위
  • 2023-06-14 06: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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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북한으로서는 국제 스포츠 무대 '복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북한이 오는 9∼10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약 200명의 선수, 코치, 임원 등 선수단을 등록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지난 4월 26일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전회의에 대표 2명을 보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참가 종목이나 주요 선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축구와 수영, 용선(드래곤 보트) 등에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역도, 체조, 레슬링 등도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국제 종합대회에 복귀하는 것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2018아시안게임에서는 양궁, 육상, 복싱, 카누·카약 스프린트, 다이빙, 축구, 기계체조, 리듬체조, 트램펄린, 핸드볼, 유도 등 11개 종목에 선수 168명이 파견됐다. 북한은 금메달 12개를 획득해 10위에 올랐다.

이후 수년간 국제대회 참가가 없었던 만큼 북한을 대표할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베일에 싸였으나, 북한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10대 최우수선수' 명단이 힌트가 될 수는 있다.

'금밭'인 역도의 리성금·로광렬·송국향·김일경을 중심으로, 김진아(유도), 방철미(권투), 정인순(레슬링), 권광일(사격), 김류경(태권도), 위정심(축구) 등 10명이 그들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활약이 기대되는 신진 선수들로 김진혁·리영진(축구), 정성일(농구), 리강숙·김철혁(역도)을 조명하기도 했다.

북한은 아시안게임 참가를 대외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9월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갑자기 재확산하는 등 돌발 변수만 없다면 참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제대회 참가에 대한 수요도 내부적으로 적잖게 쌓였을 테고, 전 세계가 사실상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나아가는데 혼자만 계속 국경을 닫아놓을 순 없다는 고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를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신냉전' 기류 속에 혈맹인 중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데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왕래가 쉽다는 점도 참가를 결정한 이유로 분석된다.

북한은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받았던 자격 정지 징계 처분도 해제돼 대회 참가에 걸림돌도 없는 상태다.

실제 북한은 이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점차 기지개를 켜며 군불을 때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30일 중국 타이저우에서 열린 동아시아 가라테 선수권대회에 남자 선수 2명을 출전시켰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북한 축구협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6∼7월 열리는 세계군대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당초 선수단을 파견하려 했으나 주최국 네덜란드가 부당하게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평양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대중축구의 날' 기념행사
                        지난 5월 평양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대중축구의 날' 기념행사

도핑 통제관의 입국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는 해석 속에 결국 참가가 불발되기는 했지만, 오는 19일까지 쿠바에서 열리는 국제역도연맹(IWF) 그랑프리 대회 출전자 명단에 북한 남녀 선수 14명이 포함되기도 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북중 간 국경개방 동향과 함께 북한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며 "출전이 확정되면 우리도 관련 (대응) 사항을 검토하겠지만 아직은 공식화되지 않은 단계"라고 전했다.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최종 참가하게 되면 비단 체육 부문에만 국한된 움직임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전례에 비춰 비중 있는 인사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도 함께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리룡남 내각 부총리가 대표단 단장을 맡았다. 이번에는 체육 사업을 전담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인 김덕훈 내각 총리가 단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북한 경제를 책임지는 김덕훈 총리가 중국으로 향한다면 사실상 고위급 외교 무대가 펼쳐질 수 있다.

또는 작년 6월 취임 이후 아직 국제무대 데뷔를 하지 못한 최선희 외무상이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여기에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김일국 체육상도 대표단을 이끌만한 인물로 꼽힌다.

다만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 지난번 아시안게임 대회처럼 남북 공동입장이나 일부 종목의 단일팀이 성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형 국제 이벤트가 있으면 경기장 뒤에서 진행돼온 남북 '접촉'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으리라 관측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가능한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신의 건재함과 함께 코로나19가 종식된 상황을 공유하는 북중 양국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앞두고 북중 간 고위급 교류 가능성이 큰데, 그 과정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답방 형식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을 수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간 대화 모멘텀이 만들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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