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도, 쿠바 대회 불참…사실상 파리올림픽 출전 불가
  • 북민위
  • 2023-06-12 06: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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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역도대표팀이 국제역도연맹(IWF) 그랑프리 1차 대회가 개막한 9일(한국시간)에도 개최지 쿠바 아바나에 도착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이후 국제대회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북한 역도가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얻으려면, 쿠바 그랑프리에는 꼭 참가해야 한다.

역도계는 북한 역도가 파리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대회 후반에 열리는 중량급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지각 입국'해 출전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역도 관계자들은 "일정에 따라 선발대, 후발대로 나눠 출국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경량급 선수들이 모두 불참하고 중량급 선수만 뒤늦게 입국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북한의 IWF 그랑프리 1차 대회의 불참을 예상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북한은 IWF나 그랑프리 조직위원회 등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예정일(6월 5일)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IWF는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을 통해 북한 측과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고 전했다.

IWF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그랑프리 1차 대회 출전자 명단에는 여전히 북한 선수 14명의 이름이 있다.

그러나 남자 55㎏급 출전 신청을 한 방은철은 해당 체급 경기가 열린 9일에 나타나지 않아 실격 처리됐다.

파리올림픽 역도 경기 본선 무대를 밟으려면 선수는 IWF가 지정한 여러 국제대회 중 최소 5개 대회(의무 대회 2개+추가 대회 3개)에 출전해야 한다.

올해 9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세계선수권, 내년 4월 태국 푸껫 IWF 월드컵은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의무 참가 대회'다.

지난해 12월 열린 콜롬비아 보고타 세계선수권, 진주아시아선수권 등 2023 대륙별 챔피언십, 2023년 쿠바 아바나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12월 카타르 도하 IWF 그랑프리 2차 대회, 2024년 1월과 2월에 각 대륙에서 펼쳐질 대륙별 챔피언십 등 5개 대회는 '추가 대회'로 분류했는데, 이 중 3개 대회에 출전해야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을 얻는다.

북한 역도는 보고타 세계선수권, 진주아시아선수권에 모두 불참했다.

쿠바 아바나 그랑프리 1차 대회에 불참하면, 카타르 도하 그랑프리 2차 대회와 2024년 2월 아시아 대륙 챔피언십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회에 출전해도 출전 자격 중 하나인 '추가대회 3개 참가'를 충족하지 못한다.

사실상 북한 역도가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점점 강화하는 '도핑 규제' 때문에 북한 역도가 그랑프리 1차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고 보는 관계자도 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출전 최소 2개월 전에 해당 선수의 '불시 검사를 위한 소재지 정보'(ADAMS)를 등록해야 한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등 더 큰 스포츠 이벤트의 ADAMS 등록 기한은 '개막 3개월 전'이다.

IWF는 "북한역도연맹은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개막 3개월 전에 북한 선수의 필수 소재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일단 북한이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참가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다.

애초 IWF는 북한의 그랑프리 1차 대회 출전을 허락하며 "연맹은 북한 역도가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출전 의사를 밝히자마자 독립기구인 국제검사기구(ITA)와 북한 역도의 국제대회 출전에 관해 상의했다"며 "북한이 ADAMS 등록 절차를 마쳐 이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들이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와 국제검사기구(ITA)가 들여다볼 수 있는 소재지 정보를 입력한 건,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 도핑 통제관의 불시 검사를 위한 입국을 허가하지 않으면 ADAMS 입력의 의미는 사라진다.

한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 선수가 주말 저녁에도 불시에 도핑 테스트를 받는다.

한 선수는 주말에 가족과 여행을 갔다가 소재지 정보에 입력한 장소에 도착한 국제 도핑 통제관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소재지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을 통제한 2020년부터 국제 도핑 통제관의 입국을 불허했다.

3년 넘게 북한 선수들은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IWF가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제 도핑 통제관의 입국을 허락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충고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며 "그랑프리 1차 대회에 불참한 것도, 도핑 규정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하메드 하산 자루드(이라크) IWF 회장도 지난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WADA와 ITA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해야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 이 부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IWF도 관여할 수 없다. 북한 체육기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코로나19의 자국 내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 불참해 IOC의 징계를 받았다.

IOC는 2021년 9월,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북한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했다.

IOC의 징계로 이 기간 북한은 어떠한 국제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징계는 2022년 12월 31일 자로 자동 종료됐고, NOC 자격을 회복한 북한은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가라테 종목에서 4월 28∼30일 중국 타이저우에서 열린 동아시아 가라테 선수권대회에 남자 선수 2명을 내보내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복귀했다.

북한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 것은 2020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대회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자, 북한이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5개)을 따낸 역도에서도 그랑프리 1차 대회를 통해 국제 무대에 복귀하는 듯했다.

하지만, '도핑 빗장'을 풀지 않으면 올림픽 무대에는 설 수 없다.

역도계는 북한의 그랑프리 1차 대회 불참을 '아직 도핑 빗장을 풀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사실상 북한 역도의 파리올림픽 출전은 불발됐지만, 올해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역도 선수들이 ADAMS 입력만 마치고 현지에서 도핑 테스트에 응하면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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