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7-19 06: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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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심각한 생활난에 학교를 그만두고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진 북한에서 교사들은 대체로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고, 이따금 내려지던 배급도 근래에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내려져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교사들이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평안북도, 함경북도, 양강도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교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한데 의하면 코로나 이후 교사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현재 교사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 현재 북한의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평안북도의 교사 A 씨는 “코로나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며 “이제는 교원직을 그만두고서라도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전에는 학부모들의 도움만으로도 온 가족(4명)이 먹고살 수 있었어요. 학급의 열성자 부모들은 물론 열성자가 아닌 학생들의 부모들에게서도 한 달에 쌀 5kg라도 보탬을 받았거든요. 현금이 필요할 때는 능력이 있는 부모들에게 부탁하면 잘 해결해 주기도 했고요. 또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주면 수고비까지 받을 수 있어 먹고사는 근심 걱정은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학부모들도 죽지 못해 겨우 살아가는 형편이니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수도 없어요.”
함경북도의 교사 B 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학교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교육 발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사들의 먹고사는 문제 등 처우 개선에는 무관심한 북한 당국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도 1g의 쌀도 차례지지(배당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능력 있고 자질을 갖춘 교원이 되라’, ‘교원으로의 본분을 다하라’면서 교원들을 들볶고 있어요. 그러니 학교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 학생들을 잘 가르칠 마음이 들겠나요.”
양강도 교사 C 씨는 최근 같은 학교의 동료 교사 2명이 생활난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코로나 전만 해도 배급 없이 먹고살 수 있어 ‘먹을 알 있는’ 직업이라 불렸던 교사가 이제는 먹고살기 힘든 직업으로 인식되는 것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C 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에는 간부 집이나 돈주 집 자식들을 맡은 몇몇 교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밥술 뜨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 수준이 뚝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나라에서는 교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책이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걱정에 한숨밖에 안 나와요.”
배급도, 학부모들의 지원도 없어진 지금 북한의 교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까.
A 씨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세외부담을 지울 때마다 액수를 조금씩 늘려 받아 몰래 챙기기도 하고, 선물로 들어온 옷가지를 비롯해 집에 팔 수 있을 만한 물건들을 장사꾼들에게 넘겨주고 남은 돈으로 생계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다.
“가끔은 물건을 직접 팔아 보려고 몰래 길거리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장사 경험이 없어서인지 한 번도 제대로 팔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텨왔지만 앞으로가 문제예요. 배급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이상 교원들이 먹고살 길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B 씨는 결혼식 등 대사가 있는 집들에 떡을 만들어 주는 등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은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정 급할 때는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학부모들을 찾아가 염치를 무릅쓰고 도와달라 사정한다고 그는 말했다.
“코로나 전으로 모든 것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버티지만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제발 교원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배급이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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