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총화 시 상호비판 필수” 요구하자 노동자들 거센 반발
  • 북민위
  • 2024-11-01 06:44:25
  • 조회수 : 84

북한 양강도 혜산청년광산의 노동자들이 호상(상호)비판을 필수로 해 생활총화를 강화하라는 요구에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청년광산 초급당위원회는 최근 직맹(조선직업총동맹) 등 소속 근로단체 조직에 생활총화를 보다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하나의 방안으로 생활총화 시 호상(상호)비판을 무조건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생활총화 시간에 자기비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근무태도나 발언, 평소 행동 등을 공개 비판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민 간 감시를 유도하고 있다.

광산 초급당위원회가 호상비판을 무조건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노동자들 간에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사상 이완이나 반체제적 행위를 차단·통제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광산 직맹위원장은 지난 26일 토요 생활총화에서 총화 참석률을 높일 것과 호상비판을 실시할 것을 직맹원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직맹원들은 직맹위원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누구도 호상 비판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총화에 참여한 10여 명의 직맹원 전원이 모두 연단에 나가 자기비판만 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에 직맹위원장은 직맹원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생활총화를 다시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자 직맹원들은 “다 8·3(소속 기관에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개인 돈벌이를 하는 행위)을 하느라고 생활총화에도 안 나오는데 무슨 호상비판을 하라는 것이냐”, “100%가 참여하면 그때 가서 호상비판을 하겠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직맹위원장이 갑자기 호상비판을 하라고 요구하자 광산 출근은 물론 생활총화도 참석하지 않는 8.3노동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혜산청년광산에는 1년 동안 한 번도 출근하지 않은 노동자가 있을 정도로 8.3노동자가 많다”며 “8.3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광산에 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광산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은 8.3노동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직맹원들은 호상비판을 요구한 직맹위원장에게 “8.3들은 왜 생활총화에 참가시키지도 않느냐”, “8.3들도 생활총화 날에는 참석해서 자기비판을 하든 호상비판을 해야 예전 같은 생활총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며 비판을 쏟아냈다는 전언이다.

직맹원들이 이구동성으로 8.3노동자들의 생활총화 불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자 직맹위원장은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고 끝내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이 일은 광산 초급당위원회에도 보고됐지만, 초급당은 해당 직맹위원장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해 사건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맹위원장에게 반발한 직맹원들을 처벌하려면 8.3노동자들의 생활총화 불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초급당이 사실상 8.3노동자들에게 돈을 받고 이들의 불참을 허락한 것이어서 이 문제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호상비판을 하라고 노동자들을 괴롭혔다가 8.3하는 사람들의 생활총화 불참 문제가 떠오르니 초급당도 아무 말을 못 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고 예민해지니 이제는 당 지시를 곧이곧대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