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생활고로 사망하는 주민 속출…돈주들도 절량세대로 전락
  • 북민위
  • 2022-09-21 0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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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적인 사례가 속출하면서 당국을 비난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평안북도 태천군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부부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 부부는 아직 출가하지 않은 20대 딸과 함께 살았는데, 딸이 코로나 유사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가 아니라는 진단만 받을 뿐 어떤 처방이나 치료도 받지 못했다.

이 가족은 약은 물론이고 식사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형편이어서 주변에 식량이나 돈을 빌리러 다니기도 했지만, 이웃들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이들을 도와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지난달 딸이 사망했고, 이들 부부도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평안북도 피현군에서는 하모니카 주택(북한 특유의 다세대 주택)에 살던 6세대의 구성원들이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어려운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6세대 모두 양책노동자구 내 베어링 공장에 소속된 노동자 가정으로, 급여가 너무 적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자녀들이 열병에 걸려 사망한 가정이 2세대였고, 아내가 질병으로 사망한 세대도 있었으며, 나머지 3세대 중 2세대는 일가족이 식량 부족을 견디지 못해 생을 달리하고 1세대는 한 세대는 남편이 신변비관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질병을 제때 치료하고 적절한 영양 공급을 하면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오랜 기간 영양부족으로 면역력이 저하돼 있던 탓에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과거 북한에서는 농민이나 배급이 거의 없는 공장에 소속된 노동자 가정 가운데 절량세대(絶糧世代·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많이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밀수나 유통 사업으로 돈을 모았던 돈주들이 절량세대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남포에서 자신 소유의 선박을 가지고 무역을 했던 선장 A씨의 일가족이 생활고를 호소하다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A씨는 중국을 오가는 무역업으로 아파트를 두 채를 소유할 정도로 돈을 벌었지만, 올해 초 무역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혁명화 처벌을 받은 후 재산을 몰수당해 남은 집기를 팔아 끼니를 마련할 정도로 어려움에 시달렸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인민반장이 회람장을 돌리기 위해 A씨의 집에 여러 차례 방문해도 인기척이 없어 들어가 보니 일가족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코로나로 일감이 끊겨 생활고를 겪던 40대 B씨가 아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고 한다.

B씨는 원산에서 다른 지역을 오가며 일명 ‘달리기 장사’를 하던 상인으로 주변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해 원산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를 알 정도였지만 코로나로 이동이 통제되면서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수입이 끊긴데다 빌려준 돈까지 회수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빚을 떠안은 B씨는 결국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내용의 유언을 쓰고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아사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영양부족으로 면역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염병으로 사망하거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몇 년 전만 해도 밀수하거나 장사를 크게 하는 돈주들이 굶어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돈 있던 사람들도 못 견딜 만큼 힘든 사람이 너무 많다”며 “뒤에서 국가가 정치를 잘못해서 인민들이 죽어 나간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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