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6-10-06 1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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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북한, 탈북자 인터뷰 토대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의 국가 차원 노동조직인 돌격대가 '현대판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의 규모는 총 40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이 5일 제기됐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주민들로부터 매년 9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수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 시민단체인 '열린북한'(대표 권은경)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북한 강제노동실태 보고서 '거대한 노예노동 국가, 북한'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돌격대 출신 4명 등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8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돌격대는 대략 10년의 복무 기간 군대와 유사한 조직생활을 하며 국가 건설사업에 동원되고 인건비(임금)는 거의 없는 기이한 형태의 노동착취 조직"이라며 "북한의 중학교 졸업생 중 출신 성분과 신체조건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들이 거의 강제적으로 복무한다"고 밝혔다.
돌격대원들의 일과는 대체로 오전 4시간, 오후 5시간을 일하고 저녁에도 야간작업이 이뤄진다. 특히 '200일 전투' 등 속도전 기간에는 자정까지 작업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 돌격대 출신 탈북자는 보고서에서 "아침 5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을 했는데, 각종 전투가 있으면 12시까지 했다"며 야간작업이 없을 때는 저녁에 정치학습, 생활총화 등 각종 행사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산하 8.28청년돌격대에서 일했다는 탈북자 박경호(가명, 28) 씨는 이날 회견에서 "평양 만경대구역 아파트 건설에 투입됐는데 온종일 시멘트를 날라야 했다"며 "등가죽이 다 벗겨지고 거기에 시멘트가 달라붙어 잘 씻겨지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노동량과 비교하면 한 끼 식사는 강냉이밥 한 그릇(150g)과 국, 염장무 등 한두 가지 반찬뿐이어서 늘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월급이 정해져 있지만 국수 몇 그릇 사서 먹을 정도의 액수에 불과하다는 증언들도 쏟아졌다.
돌격대 내에서는 고된 노동과 배고픔, 구타가 일상적이어서 이탈자들이 많이 발생하며,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안전사고도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비율은 대체로 5대5 정도로 구성돼 있는데, 남녀 간에 작업의 구분이나 과제량의 차이는 없다는 게 증언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한 탈북자는 "보통 한 작업조는 10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남자 4명에 여자 6명"이라며" 남자와 여자는 숙소는 구분돼 있지만 일은 다 똑같이 한다. 여자라고 봐주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철길, 도로, 발전소, 아파트 등 북한의 국가 및 지방의 건설사업 대부분에 동원되는 돌격대의 규모를 정부 당국과 연구기관 등은 약 4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다는 한 탈북자의 주장도 있다.
북한의 일반 군대 내에도 돌격대와 유사한 건설부대가 있어 군사 복무에는 제외된 채 건설현장에만 동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약 50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권은경 대표는 "군대 내 건설부대도 돌격대와 마찬가지로 '현대식 노예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한 북한의 일반 직장은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 근로자들의 보직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상당 금액의 현금을 매달 수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현금수탈 행위는 일반 가정주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인민반과 각급 학교가 각각 주부들과 학생들에게 정기적인 '경제과제'를 하달하고 퇴비, 폐지 등을 거둬가며 현물이 없을 때는 현금을 수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주민들로부터 매년 거둬들이는 금액은 수탈 금액이 가구당 생활비의 20%라고 가정할 경우 9억1천500만 달러(약 1조1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 대표는 "최근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실태는 북한 내 강제노동과 현금수탈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자행된 결과"라며 "유엔 및 국제사회가 해외 파견 노동자뿐 아니라 북한 내 전 주민 대상의 강제노동과 일부 현대식 노예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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