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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31 06: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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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데 관여한 북한인들이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동남아 여성들을 암살에 끌어들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출신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시티가 북한인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구이 변호사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한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시티가 북한인과 처음 접촉한 시점이 작년 1월 초였다고 밝혔다.
시티는 김정남 암살 한 달여 전인 작년 1월 5일 현지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카마루딘 마시오드란 이름의 말레이시아인 택시 운전사를 만났다.
이 남성은 시티에게 일본 몰래카메라 쇼 출연을 제안했고, 이튿날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쇼핑몰에서 시티를 북한국적자인 리지우(일명 제임스·31)에게 소개했다.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리지우는 시티에게 신원불명의 여성이 낯선 이의 얼굴에 매운 소스 등을 바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줬고, 시티가 몰래카메라 출연에 동의하자 그 자리에서 3명을 상대로 예행연습을 하도록 했다.
시티는 연습의 대가로 그날 400링깃(약 11만 원)을 받았다고 구이 변호사는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완 아지룰은 "카마루딘이 시티를 제임스(리지우)에게 소개한 사람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날짜와 장소가 말한 대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리지우와 시티가 실제로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서 예행연습을 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암살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북한인 용의자 리재남(58)도 '하나모리'란 가명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보위성 소속으로 알려진 리재남은 홍송학(35), 리지현(34), 오종길(55) 등 다른 북한인 용의자들을 통해 시티와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에게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전달하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했다.
마카오행 표를 발권하려다 공격을 당한 김정남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리재남 등 4명은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지우는 말레이시아 입출국 기록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으나, 말레이시아 현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북한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자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던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5)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8)을 작년 3월 말 출국시켰고, 리지우 역시 그 이후 모종의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이 변호사는 리지우가 시티를 포섭하긴 했지만, 정작 김정남 암살 당일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안과 시티는 현지에 남아 있다가 범행 2∼3일 만인 작년 2월 15일과 16일 잇따라 체포됐다.
두 사람의 거주지에는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비롯한 핵심 증거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는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거짓말에 속은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에 도구로 이용된 뒤 버려졌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유죄가 선고될 경우 시티와 도안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8일 진행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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