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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30 11: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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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6·25전쟁 참전 미군 유해를 송환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이를 대내외 매체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지난 27일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했다. 미군 수송기가 이날 오전 북한 원산에서 유해를 싣고 오산 미군기지로 돌아왔으며 다음 달 1일 오산 기지에서 공식 유해송환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송환 후 이틀이 지난 29일 오후 현재까지 이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미군 유해 송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직접 합의해 공동성명에도 명시된 사항이다.
북한 매체들은 회담 다음 날 보도에서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미군 유골 발굴 및 송환 문제를 즉석에서 수락하시고 이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데 대하여 지시하시었다"며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재가에 따른 것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 성과물인 미군 유해 송환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은 최근 북미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되는 것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국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 합동으로 '제재 주의보'를 내리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고삐를 다시 죄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감사를 표하기도 했지만,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의 교환을 둘러싼 '본게임'에 앞서 기본적으로 북미 간에 물밑 신경전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자신들의 북미정상회담 합의이행을 대내외에 선전하기에 적절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반적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 직후부터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종전선언 체결을 미국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대내에 홍보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남·북·미·중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다음 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만큼, 이를 계기로 표출될 미국의 입장에 북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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