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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27 1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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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대외적으로는 북중 우호를 과시하고 미국에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에서 정전협정 체결일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서 북한이 승리해 정전협정에 서명을 한 날'로 평가되며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어 '꺾어지는 해'인 올해는 정치적 의미가 더욱 크다.
북한은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을 상대한 6·25전쟁이 잠시 멈춰있을 뿐인 현 상태에 대한 불안과 우려는 여전하다.
이를 의식한 듯 북한은 이달 들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의 첫 초기 조치로 종전선언을 실현하는데 올인하는 모습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인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을 외면하는 미국에 불만을 토로한 데 이어 이후 노동신문 등 매체를 총동원해 북미정상이 약속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걸음인 종전선언 실현에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나서라고 촉구해왔다.
북한으로선 이번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종전선언이 이뤄지길 기대했음 직하다. 기대대로 됐다면 미국의 군사적 행위를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면서 경제개발에 집중토록 할 명분을 마련함은 물론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서 조선이 승리했다'고 선전해 김정은 체제의 업적을 과시할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전협정 체결일에 종전선언이 불발된 가운데 북한은 북중 밀착 과시로 그 아쉬움을 달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6·25 전쟁 중 전사한 마오쩌둥(毛澤東) 장남 마오안잉(毛岸英) 묘가 있는 평안북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찾아 헌화하고 중국을 "믿음직한 형제의 나라, 위대한 벗"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던 2013년 7월 이곳을 다녀간 이후 북중관계가 삐걱대는 속에서 일절 찾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그가 다시 방문한 것은 최근 복원되는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방문에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한 인물이 북미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노동당 리수용 외교담당 부위원장·김영철 대남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런 제스처가 향후 북미 협상에서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걸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지난 25일 방북한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한의 핵심 외교라인 인사들과 잇달아 회담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다. 사상 처음으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에 나선 걸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7일 정전협정 체결을 맞아 게재한 사설은 물론 전날 열린 제5차 노병대회에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축하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의 대회 보고와 참석자들의 연설 등 어디에도 미국을 직접 겨냥한 비난 발언은 없었다.
북한은 또 정전협정 체결일 전날이면 해마다 열었던 중앙보고대회도 이번엔 개최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제5차 노병대회에 불참한 채 참석자들과 사진 촬영만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예상했던 종전선언이 이행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협상 중인 상황이고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갖춘 만큼 주민들에게 내놓을 메시지가 마땅치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에 격한 표현을 동원해 미국을 비난하고 주민들을 반미감정으로 결속시켜 왔다.
하지만 북한은 거리에 있던 반미구호들을 내리고 해마다 '반미공동투쟁월간' (6.25∼7.27)에 '침략자 미국'을 성토해오던 군중대회도 이번엔 열지 않는 등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다.
이런 연장선에서 이번 노병대회에서도 대미 비난을 삼간 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 제고와 체제수호에 역점을 뒀다.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김정은)원수님과 함께라면 기쁨도 시련도 영광이라는 인생관, 원수님 따라 이 세상 끝까지 가려는 충성의 일편단심"을 강조하며 "1950년대의 투쟁정신으로 살자"고 호소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내부적으로 이번 정전협정 체결 기념 방향을 오는 9월 정권 수립 70주년 경축분위기에 맞춰 체제 업적과 지키기에 중점을 두는 동시에 대미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비난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 또는 실종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 명시된 미군 유해 송환을 정전협정 체결일에 이행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는 한편 미국 내에 다시 확산하는 기세의 대북 부정적 기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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