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9-03-18 15: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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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의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귀국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감지된 움직임으로, 이에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초에 중국 당국이 단둥에 있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비자의 체류 기간을 일주일로 제한했다”며 “단둥 시내에 있는 백마강 불고기 식당과 사우나 시설에 파견됐던 북한 복무원(종업원)들도 3월 초에 모두 철수했으며 복장회사에 있던 조선 사람들도 수십 명이 떠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행렬 배경에는 중국 당국이 있다”며 “중국 당국이 방문 횟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은 것 같지만 체류 기한이 지나면 저쪽(북한)에 귀국했다 비자 갱신 후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유입되기도 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본지가 이날 만난 중국 단둥의 한 북한 간부는 “현재 중국이 한 달짜리 비자를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류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재중 북한인) 모두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1단계로는 한 달짜리 비자 소유자를 대상으로 체류 기간을 제한하고 2단계로 5월이나 6월쯤 도강증을 낸 사람이나 친척방문자들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으로 12월에는 전 조선(북한) 사람들을 내보낼 계획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년 사이 네 차례나 정상회담을 갖는 등 북중 관계가 매우 긴밀해졌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상당히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에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미중 무역전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간부는 “조미(북미) 회담이 결렬되니까 거기에 따라 조치한 것 같다”며 “지금 중국이 이놈들(미국)하고 무역전쟁 때문에 회담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성의로 자기네들도 유엔 제재를 성실히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꿎은 우리 노동자들을 내보내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무역전쟁의 향배를 가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북한 노동자 전원 철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북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을 던져 주면서 자국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유엔이 대북제재 2017년 2371호와 2375호를 통해 북한 신규 해외 노동자 송출과 기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허가증을 갱신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유엔 대북 제재의 성실한 이행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단둥 세관에서 포착된 북한 여성들. / 사진=데일리NK
갑작스러운 중국의 체류 기간 제한 조치에 재중 북한 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일하는 한 북한 무역 일꾼은 “비자 받고 나온 (북한) 사람들은 중국에 나오기 위해 많은 뇌물을 고였을 텐데 이번 일로 갑자기 돌아가게 됐다”면서 “일주일만 있다 돌아가면 무슨 돈을 모을 수 있겠냐”고 한탄했다.
그는 “단둥에 있는 우리 같은 일꾼들도 지금 신경(질이) 나고 시끄러운(성가시도록 가탈이 많은) 상태다”며 “중국이 이렇게 심하게 죌(조여올)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2차 조미(북미)회담이 결렬되자 이곳(단둥)에 있던 식당과 무역일꾼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며 “중국 당국이 중미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해 올해 말까지 내보내야 할 북한 노동자들 희생양 삼아 서둘러 내보내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유엔은 지난 2017년 대북제재 2397호를 통해 2019년 말까지 모든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귀국시킬 것을 결의한 바 있다.
한편 단둥 북한 노동자에 대한 체류기간 제한 조치 소식이 다른 지역으로도 전해지면서 재중 북한 노동자들이 상당히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린성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한 북한 간부는 “이번 조미회담이 잘 돼 철수하지 않게 됐으면 하는 기대를 했는데 단둥 소식을 접하고 난 뒤 이제는 포기 상태다”며 “아직 이쪽까지 대상이 된 것 같지 않지만, 소식을 접한 아이들(노동자)은 벌써 돌아갈 것을 대비해 외출 때 마다 (중국)시장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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