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9-09-27 13: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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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계속 머뭇거림을 이어가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어렵게 열리는 비핵화 실무협상인 만큼 회담에 나서려면 성과물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속내가 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당초 이달 내로 예상됐던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담화에서 이달 하순께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가시적인 후속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워싱턴 정가의 '선핵포기' 여론 등을 거론하며 "한 차례의 조미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을 지속해서 압박하며 기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북한은 외무성 핵심 관계자들을 앞세워 실무 협상 재개를 수차 언급하고 그때마다 체제안전 보장 조치와 제재 문제를 거론하며 회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꾸준히 밝혀왔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에서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을 거론하고 "나는 미국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리비아 모델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일부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북한이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의 잠재력과 비핵화 전제 등 그동안 해온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 등에서 결과물을 얻기 위해 미적거리면서 실무협상의 속도도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계관 고문이 담화에서 한미군사연습과 대북제재를 또다시 콕 집어 언급한 것도 최소한 이에 대한 논의와 긍정적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런 머뭇거림에는 큰 기대감을 가졌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데 대한 지도부의 트라우마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서도 미국 측에서 선핵포기와 일괄타결 방식 등 북측에 부정적인 입장이 나왔지만, 남측의 중재자 역할에만 기대 회담의 성과를 자신했다가 쓰디쓴 맛을 본 만큼 더욱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미 외교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외무성의 입장에서는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주도했던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복할 수 없는 만큼 미국측의 확실하고 공개적인 언급이 없이 섣불리 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비핵화 실무협상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점도 이런 뜸 들이기의 원인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재개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3차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아무런 결과물도 얻지 못하고 얼굴이나 마주 보고 끝나는 형식적인 회담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재선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진 가운데 실무협상에 이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간 새로운 합의를 이루더라도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도 북한의 머뭇거림을 부추기는 요소일 수 있다.
과거 미국의 정권교체 과정에서 전임 정권과 합의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겪은 북한 입장에서는 고민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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