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0일 전투' 기간 어선 좌초로 6명 사망 보도
  • 관리자
  • 2016-12-23 10: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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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문 "수령님들 초상화는 안전하게 모셔" 대대적 선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 당국이 진행한 속도전 사업인 '200일 전투'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달 말 어선 한 척이 평안남도 해상에서 좌초돼 선원 6명이 모두 숨진 사실이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금속건설사업소 수산부업작업반 ㅍ-안-9124호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어선 'ㅍ-안-9124호'(이하 9124호)의 사고 과정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9124호를 비롯한 수산부업작업반의 어선들은 평안남도 온천군 안석리 앞바다에서 어로전투(조업)를 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4시께(북한시간)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면서 물결이 높아지자 어선들에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다른 선박들은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9124호는 보이지 않았다. 배가 암초에 걸리면서 기관실 밑에 구멍이 생겨 물이 차오르는 과정에서 선원들은 모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기관실 밑창에 파구(구멍)가 생겼다. 물이 들어온다"가 마지막 교신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배의 선원들이 이튿날 새벽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배는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파손됐고 선원 6명은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던 듯 배에 연결된 밧줄에 자신을 결박한 채 모두 숨져있었다.

신문은 조타실 벽에는 '초상화 안전 모…'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면서 배가 좌초되는 가운데서도 선원들이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보관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김 씨 일가의 초상화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교육받고 있다.

신문이 "9124호 선원들은 11월 9일까지 당 앞에 결의했던 연간 물고기잡이 계획을 앞당겨 넘쳐 수행하였다"고 언급한 점을 미뤄볼 때 선원들은 '200일 전투' 기간 목표 초과 달성에 대한 욕심을 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선원 가운데 3명은 병상에 누워있다가 조업에 나섰던 것으로 사고 후 확인됐으며, 사고 당일은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허덕성 기관장의 생일이었다.

북한은 지난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지난 6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00일 전투'를 전개했다.

앞서 '70일 전투' 기간인 지난 3월에도 강풍 속에서 무리하게 조업하던 북한 어선이 침몰해 선원 8명이 모두 숨진 사실이 노동신문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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