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첩보원, 말레이서 어떻게 세 키웠나…"합작사업이 열쇠"
  • 관리자
  • 2017-03-17 14: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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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제재 피하려 현지인 내세운 뒤 임원·주주로 참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동남아 첩보조직의 핵심 거점이란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이들이 어떻게 세를 키워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 통신은 17일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공작원들은 주로 민간업체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사업가 신분으로 말레이시아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실제로는 금수물자 거래와 자금세탁 등 불법 활동을 자행해 왔다는 것이다.
북한 정찰총국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통신장비 업체 글로콤의 말레이시아 주소지 건물 전경. [연합뉴스자료사진]

북한 공작원들의 활동상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이런 기업들은 정권유지 자금 확보를 위해 설립됐으며, 자금세탁과 2010년 제정된 말레이시아의 전략교역법(Strategic Trade Act)에 저촉되는 물품 거래에 관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정보당국이 이미 2005년부터 이러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대응 조치를 취해왔다고 덧붙였다.
   
2005년은 미국이 북한 정권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온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BDA)을 자금세탁 혐의로 제재하면서 북한 당국의 해외 불법활동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시기다.
이에 북측은 더욱 은밀한 수단으로 국제사회와 말레이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식통은 "이들은 (직접 설립한) 예전 업체를 폐업하고, 현지인과 합작으로 새 업체를 시작한 뒤 임원이나 주주 등 직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합작사업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인물은 주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이 직접 물색해 자국 공작원들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이렇게 연결된 현지인은 부지불식간에 북측의 정보원 역할을 하거나 그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기 위한 포석을 제공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정남 살해 혐의로 체포됐던 북한 국적자 리정철(가운데)이 지난 3일 방탄조끼를 입은 채 세팡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북한과의 사업을 빌미로 현지기업이 북한 공작원에게 위장신분을 제공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됐다가 최근 증거부족으로 석방돼 국외로 추방된 북한인 리정철(46)의 경우 서류상 현지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SDN'의 IT부문 직원으로 돼 있지만 거의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북한에서 항암효과가 있다는 버섯 추출물 등을 수입해 왔으며, 이런 사업상 관계 때문에 리정철에게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을 만들어줬다가 처벌을 받을 형편이 됐다.
북한 공작원들은 특히 현지 유력인사를 끌어들이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집권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베테랑클럽의 무스타파 야쿱 사무총장은 자신 역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이용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북한 국적자인 김창혁이란 인물과 함께 2005년 '인터내셔널글로벌시스템'이란 회사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인터내셔널골든서비시스'를, 2015년에는 '애드넷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이 업체 중 일부는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군장비 판매업체 '글로콤'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은 최근 인터내셔널글로벌시스템과 인터내셔널골든서비시스의 등록을 말소한다고 밝혔다.
무스타파 사무총장은 "이 업체들은 수익이 나지 않아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면서 "당국으로부터 북한과의 수상한 거래에 관여되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를 받은 뒤 합작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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