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경제 놀라운 활력…'통제력 약화'로 김정은에게 도박"
- 관리자
- 2017-05-02 17:58:27
- 조회수 : 1,562
NYT "인민 생활 개선하지만, 사회주의 우월성 논리도 약하게 해"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북한에 퍼진 시장경제 요소가 경제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장악력을 약하게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경제가 성장하면서 북한 정권의 사회 장악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경제성장과 체제 결속력의 상관관계를 짚었다.
NYT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놀랄 만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빈곤 상태에 놓여있긴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이래 경제성장률은 연 1∼5%로 추정된다. 이는 경제제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국가들의 성장률과 맞먹는 수치다.
북한 경제를 지탱한 버팀목은 바로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후반 국제적 고립과 극심한 가뭄에 따른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이후 장마당(시장), 텃밭 등 비공식 경제가 크게 발달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은 공식시장 수는 배로 늘어 404개에 이른다. 인구 2천500만 명 가운데 시장에서 상인과 관리자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110만 명에 달한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비공식 시장들도 번성하고 있다.
밀수업자들은 암시장 등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나 남한의 드라마는 물론 북·중 접경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도 팔고 있다.
북한 정권은 국영 기업들이 공급사와 고객들을 스스로 찾는 자율성도 보장했다. 협동농장에선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 단계인 '포전 담당제'가 도입됐다.
북한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나서 "여행사, 택시 회사, 식당을 포함한 모든 곳에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국에서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할 때의 조치들이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북한은 "고유 방식의 경제 관리"라며 시장중심의 개혁으로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NYT는 북한의 부인에도 "정부가 사적 영역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정권은 규모가 큰 사업을 시작할 때 새로운 계층인 '돈주'(錢主·신흥부유층)들로부터 '충성 기부'를 기대하기도 한다.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으로 주민들이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통치력 측면에서 김정은 정권은 시험대에 올랐다.
NYT는 "계급이 없는 사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시장의 힘을 제한적이나 포용하는 것은 김정은에게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사기업의 팽창을 허락함에 따라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와 대비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한 북한 정권의 핵심 주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의 힘이 북한 정부의 사회 통제력을 약하게 만든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NYT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보들이 북한 암시장 등에서 팔리는 외국 제품에 스며들어 김정은과 그의 일가를 향한 숭배심을 갉아먹고 있다며 "필요한 제품들을 국가 경제 밖에서 얻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덜 신세를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북자들도 시장의 발달에 따른 충성심 약화를 얘기한다.
탈북자 김진희 씨는 "'만약 우리를 먹여 살리지 못하면 시장을 통해 생활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라'라는 게 정부를 대하는 북한 주민들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북한 요덕정치범수용소 출신인 정광일 '노 체인'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점점 당보다 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얻어가고 있다며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를 항상 '위대한 지도자'나 '장군님'으로 불렀다"며 "그들은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 김정은은 그저 '그 아이'라고 부른다. 그(김정은)를 두려워하지만 존경심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kong7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북한에 퍼진 시장경제 요소가 경제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장악력을 약하게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경제가 성장하면서 북한 정권의 사회 장악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경제성장과 체제 결속력의 상관관계를 짚었다.
NYT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놀랄 만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빈곤 상태에 놓여있긴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이래 경제성장률은 연 1∼5%로 추정된다. 이는 경제제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국가들의 성장률과 맞먹는 수치다.
북한 경제를 지탱한 버팀목은 바로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후반 국제적 고립과 극심한 가뭄에 따른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이후 장마당(시장), 텃밭 등 비공식 경제가 크게 발달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은 공식시장 수는 배로 늘어 404개에 이른다. 인구 2천500만 명 가운데 시장에서 상인과 관리자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110만 명에 달한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비공식 시장들도 번성하고 있다.
밀수업자들은 암시장 등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나 남한의 드라마는 물론 북·중 접경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도 팔고 있다.
북한 정권은 국영 기업들이 공급사와 고객들을 스스로 찾는 자율성도 보장했다. 협동농장에선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 단계인 '포전 담당제'가 도입됐다.
북한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나서 "여행사, 택시 회사, 식당을 포함한 모든 곳에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국에서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할 때의 조치들이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북한은 "고유 방식의 경제 관리"라며 시장중심의 개혁으로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NYT는 북한의 부인에도 "정부가 사적 영역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정권은 규모가 큰 사업을 시작할 때 새로운 계층인 '돈주'(錢主·신흥부유층)들로부터 '충성 기부'를 기대하기도 한다.
북한 장마당(일러스트)제작 김해연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으로 주민들이 극도의 가난에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통치력 측면에서 김정은 정권은 시험대에 올랐다.
NYT는 "계급이 없는 사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시장의 힘을 제한적이나 포용하는 것은 김정은에게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사기업의 팽창을 허락함에 따라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와 대비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한 북한 정권의 핵심 주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의 힘이 북한 정부의 사회 통제력을 약하게 만든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NYT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보들이 북한 암시장 등에서 팔리는 외국 제품에 스며들어 김정은과 그의 일가를 향한 숭배심을 갉아먹고 있다며 "필요한 제품들을 국가 경제 밖에서 얻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덜 신세를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북자들도 시장의 발달에 따른 충성심 약화를 얘기한다.
탈북자 김진희 씨는 "'만약 우리를 먹여 살리지 못하면 시장을 통해 생활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라'라는 게 정부를 대하는 북한 주민들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북한 요덕정치범수용소 출신인 정광일 '노 체인'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점점 당보다 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얻어가고 있다며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를 항상 '위대한 지도자'나 '장군님'으로 불렀다"며 "그들은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 김정은은 그저 '그 아이'라고 부른다. 그(김정은)를 두려워하지만 존경심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북한 장마당[연합뉴스TV 캡처]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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