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5-19 11: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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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주민들의 ‘자강력’을 상징하는 모습 중 하나는 ‘태양열광판’의 등장이다. 당국이 만성적인 전력난에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태양열광판 설치를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현상은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 신뢰를 하락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태양열광판’을 사용하면서 “원수님(김정은)도 해결하지 못한 전기를 시장에서 판매되는 햇빛판(태양열광판)이 해결했다”고 말한다.
데일리NK가 단독 입수한 북한 청진시 영상(3월 초 촬영분)을 보면, 청진시 일반 가정집 곳곳에 태양열광판이 설치된 모습이 눈에 띈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태양열광판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시장에서 전력 크기당 책정된 가격이 다르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체로 시장에서 10W용 태양열광판은 80위안(元), 30W용은 240위안, 50W용은 400위안, 100W용은 800위안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산 태양열광판을 받아다가 유통시키는 구조인 만큼, 국경지역 시장에선 비교적 저렴하지만 내륙으로 갈수록 가격이 상승한다고 한다.
이 중 일반 주민들이 애용한다는 30W용 태양열광판은 북한돈으로 환산했을 때 약 28만 원에 달한다. 북한에서 쌀 50~60kg을 살 수 있을 만큼 결코 적지 않은 액수지만, ‘자력갱생’으로나마 전기를 얻고자 하는 주민들은 기꺼이 태양열광판 구입에 거금을 들이고 있다. 돈주(신흥부유층)나 간부들은 50W용 이상을 주로 찾으며, 때때로 한국산이나 일본산·이집트산을 구해 설치한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햇빛판은 고위 간부들의 자택이나 중앙기관, 상급 기업소, 무역회사에서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지역마다 30~40% 가량 되는 가정에서 설치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린다”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민들은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매일 암흑 속에서 지내느니 큰돈 들여서라도 마음껏 전기를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예전에는 햇빛판이 있는 집에 돈이나 음식을 주고 충전을 부탁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눈치 안 보고 직접 구입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 것”면서 “1년간 열심히 장사하면서 저축하면 그래도 가정용 햇빛판을 살만한 돈은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알뜰살뜰 저축해 구매한 태양열판은 각 가정의 ‘재산목록 1호’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이 같은 흐름과 함께 지붕이나 창문 위에 설치해둔 태양열판을 몰래 떼어 훔쳐가는 도둑도 기승한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재산 1호’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지붕에 바로 설치하지 않고 더 높게 태양열광판을 설치하기도 한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청진시 내부 영상을 보면, 가정집들마다 지붕 너머로 태양열광판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태양열광판의 대중화는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 증대로도 이어진다. 생활의 편리함 증대가 주민들의 구매 욕구 상승의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태양열광판으로 각종 배터리를 충전한 다음, 이를 변류기에 연결해 12V로 변환시킨 후 가전제품에 이용하고 있다. 대체로 50W 태양열판에는 55A 배터리가, 30W 태양열판에는 28A 배터리를 연결해 사용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시장에선 노트텔(CD 재생기)이나 TV, 밥솥 등 전자제품은 물론 변압기와 전기충전기, 배터리, 케이블 등이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특히 12V 중국산 가전제품을 찾는 주민이 많아지자, 국가 규격인 220V 가전제품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한다. 이에 최근에는 북한 당국도 국가 차원에서 생산하는 전자제품을 12V로 바꾸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전기제품을 수출하던 중국 업자들도 주민들이 12V 가전제품을 선호하자 웬만한 수출 제품은 죄다 12V 바꿔 들여보내고 있다”면서 “이제는 국내 가전제품도 220V가 아닌 12V로 제작돼 국내산이든 중국산이든 주민들이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은 태양열판으로 자력갱생하며 열악한 전기 사정을 극복해가고 있지만, 정작 북한 당국은 전력 문제 해결에 있어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전국 곳곳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해왔지만,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 대부분은 김 씨 일가 우상화 건물이나 당 기관, 군수경제 부문, 군부대 그리고 평양에 우선 공급하고 있다.
결국 북한에선 전력난과 같은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조차 당국이 아닌 ‘시장’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민심은 김정은 체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미 ‘전국의 발전소들은 다 무용지물’이라 공공연히 비판하고 있다”면서 “먹는 문제에 이어 전기 사정까지 시장을 통해 해결하는 마당에 더 이상 (당국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주민이 어디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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