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6-09 13: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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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고속함 발사 미사일과 동일형상…러시아제 'KH-35' 역설계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규정과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의 지대함 순항(크루즈)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사일 다종화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군 당국의 분석에 의하면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지대함 미사일은 동체 형상이 2015년 2월 신형 고속함에서 발사한 장면이 첫 공개됐던 함대함 미사일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100㎞를 비행한 함대함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해 미얀마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판매한 KH-35(우란)와 유사한 기종으로 평가됐었다.
북한이 8일 발사한 지대함 순항미사일도 동체가 KH-35와 동일한 형상으로 분석됐다. 미국제 하푼 대함 미사일과 유사해 하푼스키로 불리는 KH-35는 길이 3m85㎝, 무게 480㎏(탄두중량 145㎏), 직경 42㎝, 속도는 마하 0.8이다. 북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이 KH-35와 동일한 형상이기 때문에 제원도 거의 같을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런 제원의 순항미사일은 MTCR 규정이나 유엔 대북 결의에 저촉되지 않아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MTCR은 무게 500㎏ 이상의 탑재체를 300㎞ 이상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우주발사체, 관측 로켓 등 로켓 시스템과 순항미사일, 표적기, 무인정찰기 등 무인비행체 시스템의 국제 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최고고도 2㎞로 200㎞를 비행했다. 무게도 500㎏을 넘지 않는다. 국제 규범에 저촉을 받지 않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탄도미사일보다 초정밀도를 자랑하는 순항미사일 기술 이전 통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거리 200㎞인 북한의 지대함 순항미사일이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에 작전 배치되면 서해 태안반도 인근에서 작전하는 우리 함정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초계활동을 펼치는 해군 초계함에 상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수준의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 기술 이전을 통제하는 MTCR과 유엔 안보리 등 국제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면서 "교묘하게 국제 제재를 피해 가면서 미사일 다종화 능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신종우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발사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해 동남아 국가에 수출한 KH-35 지대함 미사일을 역설계한 모방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KH-35를 구매한 미얀마나 베트남 등에서 밀반입해 역설계 방식으로 함대함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어 이를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개량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년 전 처음 공개한 함대함 미사일을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개량하면서 사거리를 100㎞에서 200㎞로 2배 늘렸고, 탄두부에 시커(탐색기)를 장착해 정확도를 향상시킨 것으로 신 선임분석관은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지대함 순항미사일 사진을 보면 미사일 동체 중간 부분에 4개짜리 주날개를, 후미에도 4개짜리 꼬리 날개를 각각 달았다. 비행 안정성을 위해 부스터 부분에도 4개짜리 그리드 핀을 부착했다. 그리드 핀은 접혀 있다가 발사관에서 튕겨 나올 때 펴지는 방식이다.
부스터 화염 모양을 보면 북한의 1세대 순항미사일인 KN-01과 함대함 미사일과 같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한 발사관 4개에서 4발 모두 발사됐으며 1발은 공중에서 선회비행해 해상의 목표 선박 반대 측면을 타격했고, 1발은 목표 선박 앞까지 비행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서해 NLL 인근 황해도에 우선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군은 전망했다.
NLL 인근에서 연평해전과 같은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 함정의 기동을 제한시키려는 목적으로 황해도 쪽에 우선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참 근무 시절 북한 무기 성능 분석 경험이 있는 신종우 선임분석관은 "북한은 이번에 지대함 순항미사일의 발사관 정상이탈, 제트엔진 성능, 저공 장거리비행, 자동 경로 비행, 탄두부 시커의 목표물 탐색, 유도, 피아식별 성능을 테스트했다"면서 "발사 직후 2㎞ 고도에 도달한 후 하강해 수면 위 3m로 초저공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사의 주된 목적은 사거리보다는 순항미사일 비행방식과 유도의 정밀성을 바탕으로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는 것"이라며 "시험발사는 동해에서 했지만 결국 위협은 서해"라고 지적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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