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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6-26 09: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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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남북관계를 푸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압박 공세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더 거세지고 있어 '한미동맹이냐, 남북관계냐'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24일 발표한 공개질문장에서 ▲ 외세공조 배격 및 자주적 남북관계 개선 ▲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 삐라 살포 중지 등 비방·중상 중단 ▲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해소 위한 실천 조치 ▲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 배제 ▲ 제재-대화 병행론 철회 ▲ 보수정권의 대북정책 청산 조치 실행 ▲ 중국식당 집단탈출 여종업원 송환 ▲ 민족대회합 개최 등 9개 항의 선행조건을 내세웠다.
우리 정부를 향한 공개질문장의 내용은 그동안 해온 북한의 요구를 모아놓은 북한판 남북관계 재정립 요구 1차 종합판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종합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일차적으로 미국과 직접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 정부를 압박해 유리한 정세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외세공조 배격,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제재-대화 병행론 철회 등은 한미간에 심도 있는 논의가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남한 정부를 압박해 의제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각종 매체와 기구들을 총동원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뭔가 변화를 끌어내려고 한미동맹 이슈를 부각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게 지난 9년과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취하도록 하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취해온 '선(先) 북핵문제 해결-후(後) 남북관계 개선' 연계론을 포기하고 핵 문제와 별개로 남북관계에 나서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북한 민화협은 공개질문장에서 "(핵 문제는) 철저히 조미(북미)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남조선 당국은) 핵 문제를 전제로 한 대화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한 걸음 더 나가 문재인 정부가 밝히고 있는 '대북제재와 남북대화 병행전략'의 변화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공개질문장에서 "남조선 당국은 제재압박과 대화병행 타령이 박근혜 역도의 대결정책보다 더 흉악무도한 반통일정책"이라며 "온 민족의 규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몽유병자의 잠꼬대와 같은 허튼 수작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보수정권의 대북정책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결국은 5·24조치의 해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함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정책실장은 "북한의 태도는 정치·군사적인 현안을 배제하고 민간교류로부터 남북관계를 재개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게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부터 이어져 온 민감한 미해결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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