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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4 1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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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친구들이나 가족 모임부터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항상 빠질 수 없는 순서가 기념촬영입니다. 특히 우리는 기념사진을 남기는 일에 더 애쓰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손쉽게 촬영할 수 있어 기념사진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죠.
그런데 결혼식, 돌잔치 등의 모임에서 모두 모여 찍은 단체 기념사진을 잘 들여다보면 '이런 사람 꼭 있다'를 발견하게 됩니다.
얼굴이 거의 가려 누군지 알 수 없거나 얼굴의 반도 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죠. 약 50명만 모여도 이런 사람은 꼭 1~2명 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날 지구 상에서 유일무이할 정도로 세습적 전체주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그 특성상 유독 '기록'을 중시하고, '단체'를 중시하고, '성과'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기념사진을 특히 좋아합니다.
위 사진은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활동할 당시 외국의 귀빈들과 찍은 단체 사진입니다. 김 위원장이 자로 잰 듯이 한가운데 중심을 유지하고 있고, 주변에 자리한 손님들 위치가 뛰어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규모를 조금 더 확대해볼까요?
2016년 11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한 군부대를 방문한 사진입니다. 150명 정도 되어 보이네요.
건물의 모습이나 인공기와 부대 깃발, 군인들의 위치 등이 완벽한 '균형미'에 입각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문화가 자랑하던 균형감각은 명함을 내밀 틈조차 없어 보입니다. 비록 '인공미'이긴 하지만요.
자, 판이 점점 커집니다~.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인민무력부 앞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500명 가까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사진 주인공인 김 위원장은 어김없이 '중앙정신'을 견지하고 있으며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배경의 나무들, 사람들의 키 등의 조화와 균형은 거의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수준입니다.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 사진입니다.
노동신문이 13일 1면에 보도한 사진입니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모든 관계자를 불러모아 찍은 단체 사진입니다.
대충 헤아려보니 4천 명이 넘는 인원입니다. 입이 쩍 벌어지는 규모입니다. 북한만이 촬영 가능한 사진이겠죠. 그러나 김 위원장을 찾기는 무척 쉽습니다. 무조건 한 가운데를 눈여겨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포함해 위 모든 사진에 엄청난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답은 맨 위 우리 결혼식 사례에서 말한 것입니다. 북한의 단체 기념사진은 인원이 10명이든 4천 명이든 규모와는 관계없이 얼굴을 가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올라서는 2단, 3단…. 10단 등의 사다리 같은 정교한 시설물이 준비돼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올라서는 사람들의 성별, 키, 몸체 등은 모두 다릅니다. 이런 변수를 참작해 분류하고 고르고 위치를 변경하는 등의 작업은 그저그런 일이 절대 아닙니다. 상상을 넘는 배치 기술이 필요합니다.
평소 북한 인민들은 저런 배치나 대열을 만드는 훈련이 매우 잘 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러나 훈련이 전부가 아니죠. 저 많은 사람에 대한 일사불란한 통제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과연 김 위원장이 사진촬영을 하기 위해 등장하기 전, 저 완벽한 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발걸음과 구령과 질책과 격려의 소동이 있었을까요?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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