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강경한 대미 발언은 신념…뿌리는 항일무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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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14 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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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box_g1.gif신간 '전갈의 절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제국주의의 침략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승냥이의 야수적 본성이 변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김일성 저작선집 제3권, 1963년 2월 8일)

"제국주의자들이 침략적, 약탈적 본성을 버리지 않는 한 그와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제국주의자들과는 사소한 양보나 주저도 없이 오직 견결히 맞서 싸워 승리하는 길밖에 없다."(노동신문, 2002년 12월 29일)

북한의 대미 발언을 비교해 보면 40년이 흘렀어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1960년대나 2000년대나 미국을 침략적 본성을 지닌 제국주의자로 규정한다. 그 사이에 세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냉전은 끝났고, 정보통신기술은 발전했다.

그러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뒤에도 북한의 대미 수사는 여전히 강경하다. 노동신문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신병자'로 지칭하면서 "미국 정부가 통치위기가 심화할 때마다 침략전쟁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한양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성학 미국 타임지 기자는 신간 '전갈의 절규'(선인 펴냄)에서 수십 년간 불변한 북한의 대미 발언을 분석했다. 남한이나 서구의 시각이 아닌 북한의 시선에서 북한이 쏟아낸 말들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그는 한반도의 불안을 가중하는 북한의 미국 비난이 과연 협상을 위한 전술인지, 아니면 공고한 신념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저자의 결론은 명쾌하다. 북한의 강도 높은 대미 발언은 '신념'이다. 북한은 외부 세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미국 불신을 내면화했다. 의식 세계에 침투한 불신은 사그라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미국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뿌리를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서 찾는다.

김일성은 해방 이후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내세워 반제투쟁을 벌였다. 그에게 일본제국주의를 대체할 대상은 '남한을 강점한 미제국주의'였다. 김일성이 주도한 한국전쟁 역시 반제반미투쟁의 일환이었다.

권력을 독점한 김일성은 반미 역사의식을 강화했고, 미군에 피해를 본 북한 주민들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미국 불신이 확대됐다.

저자는 "북한의 모든 대미 불신은 김일성이 제시한 '제국주의의 침략적, 약탈적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라는 대명제로부터 파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제국주의의 실체에 대한 김일성의 신념은 자신의 경험과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확고부동해졌다"고 설명한다.

이어 "북한의 비이성적 발언과 행동은 철저히 내면화된 이성적 의식구조에 기인한다"고 덧붙인다.

저자가 보기에 북한의 대미 불신은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딜레마'가 됐다. 하지만 한반도 안정화를 위해서는 견고한 불신의 고리를 풀어야 한다.

그는 "진정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 대미 불신을 약화해야 한다"며 "북한의 대미 인식체계를 아는 것은 대북 협상가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573쪽. 5만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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