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대통령 모친상에 조의 표했지만 노태우 별세엔 '침묵'
  • 관리자
  • 2021-10-29 0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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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광주학살' 부정적 평가 작용한 듯…김영삼 때도 조의 없어

김대중·노무현은 애도…남북관계 힘쓴 우호인사만 선별 대우

북한 연형묵 총리와 악수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북한 연형묵 총리와 악수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은 1990년 5월 제1차 남북총리회담에 참석한 북한 연형묵 총리를 청와대에서 접견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이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사흘째인 28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애도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북한이 남측 지도자급 인사의 별세에 선별적으로 애도를 표했다는 점에서 이번 침묵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북측이 노 전 대통령에 애도를 표하지 않는 것은 그간 자신들의 부정적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1991년 12월 남북화해와 불가침을 선언한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과 비핵화 공동선언 등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북한은 여기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보다는 1979년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책임자 중 한 명인 노 전 대통령을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은 급으로 묶어 수년간 비난해왔다.

최근까지도 북한 선전매체의 묘사는 "광주대학살의 공범자인 로태우 역도"(2021년 6월 10일 우리민족끼리), "독재 정권 유지에 피눈이 되여 날뛴 극악한 군사 파쇼광"(2021년 4월 20일 려명), "12·12숙군쿠데타로 권력을 강탈한 전두환, 로태우 군사깡패무리들"(2020년 6월 2일 통일신보) 등 매우 비판적이다.

노 전 대통령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북방외교도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적대시' 정책일 수 있다.

북방외교는 소련, 중국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공산권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맺음으로써 북한을 고립시키고 포위하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때가 북한 외교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꼽히는데, 실제 당시 북한은 헝가리 주재 북한대사를 소환하는 등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려는 공산권 국가들에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별세했을 때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겪으며 임기 대부분 북한과 대립적 관계를 이어갔다.

여기에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조문을 위한 남측 인사의 방북과 추모행사를 금지한 점을 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거나 우호적인 남한 주요 인사의 장례에는 조의를 표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이틀 뒤인 2009년 5월 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을 발표했으며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문단을 파견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냉랭해진 이후에도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가져왔다.

같은 해 10월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장례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 조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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