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10-30 10: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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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삼지연 특각(별장) 호위대대 소속 하급병사(일병)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이후 며칠 만에 붙잡혀 온 이 병사는 결국 이달 초순께 공개처형됐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삼지연 특각 호위대대 하급병사 21살 렴모 씨는 지난 7일 평양 삼석구역 호위국 보병여단 사격장에서 보병여단 군인들과 호위사령부 본부 과장급 이상 군관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됐다.
렴 씨는 지난달 하순 탈영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이달 초 호위국 보위부에 붙잡혔다. 호위국 보위부 체포조 3명은 렴 씨의 탈북 추정 경로를 따라 국경을 넘어가 중국에 나가 있는 정찰총국과 보위성 해외반탐국의 협조로 닷새 만에 그를 은밀히 붙잡아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렴 씨는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 이유에 대해 부대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통상 16~17세에 입대하는 일반 청년들과 달리 2년간 사회에서 일하다 19살에 뒤늦게 입대한 렴 씨는 실제 나이 어린 선임병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위국 출신인 렴 씨의 아버지는 삼지연 특각 호위대대 대대장에게 “아들이 나이 들어 (군에) 나갔으니 잘 봐달라”며 입김을 행사했는데, 렴 씨에 대한 지휘관들의 대우가 일반 사병들과 달랐던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선임병들은 그를 ‘부탁자’라는 이유로 따돌리고 괴롭혀왔다.
참다못한 렴 씨가 대대장에게 이야기해 소대를 옮기기도 했으나, 오히려 옮겨 간 소대의 선임병들로부터 훨씬 더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나이 어린 선임병들은 렴 씨에게 각종 빨래를 맡기는 등 온갖 잡일을 시키는 것은 물론 벽에 세워놓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찌르며 모욕적인 말로 수치심을 주고, 심지어 옷을 홀딱 벗긴 상태로 자위행위를 시키기도 했다.
결국 렴 씨는 지난달 하순 새벽 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중에 자리를 이탈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는 조사에서 교대자도 없이 혼자 몇 시간째 근무를 서다가 제정신을 잃고 충동적으로 뛰쳐나갔고,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진술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호위국 군인이 중국으로 도망친 일은 2000년대 초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라며 “호위국은 비밀엄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국경을 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총살감”이라고 말했다.
삼지연 특각 호위대대 소속 하급병사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데일리NK
원칙에 따라 렴 씨에 대한 총살형이 집행됐으나, 이 사건을 보고 받은 호위사령관은 “이런 현상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크게 질타하면서 호위국 정치부에 부대별 내부 상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부는 호위국 군인 대상 개별담화를 진행하고 가혹행위에 대한 무기명 신고를 받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호위국은 총살된 렴 씨의 가족을 찾아가 부대 관리를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호위 대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권위 훼손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당적 원칙’이라며 가족들에게 이 일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밖에 가혹행위를 저지른 렴 씨의 선임병들은 모두 노동연대에 보내졌으며, 이들은 노동연대 수감 생활이 끝나면 탄광, 광산 등 험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들을 교화 보내지 않고 노동연대에 보낸 것은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호위국에서는 가해자들에게 각자의 죄명, 죄행을 사회에서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십장(열 손가락 지장)을 찍게 했다”고 말했다.
또 호위국은 사건이 발생한 삼지연 특각 호위대대의 대대장과 대대 정치지도원, 보위지도원을 모두 출당, 철직, 제대시키고 해당 대대를 아예 해산 조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삼지연 특각에는 새로운 호위대대가 배치된 상태라고 한다.
한편, 대대 전체가 해산되면서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 없는 군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삼지연 특각 호위대대 군관들에게는 특별히 평양 시민증이 주어지는데 이번 일로 대대가 해산돼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바람에 시민증이 다 몰수돼 분통을 터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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