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을 보물로"…코로나로 국경봉쇄 북한, TV통해 재활용 강조
  • 관리자
  • 2021-11-08 10: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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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용기·비닐 등 재자원화 중요성 강조…"나라살림에 큰 보탬"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북한이 주민들에게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TV 프로그램을 연이어 방영해 눈길을 끈다.

외부 물자 반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립경제를 강조하는 북한으로서는 버려진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해 내수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이런 여건을 고려해 재활용에 대한 주민 경각심 고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가 지난 3일 방영한 특집 '재자원화와 우리 생활'은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새 제품을 만드는 북한 내 여러 공장 사례를 다뤘다.

한국의 공익광고를 연상케 하는 이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에 등장한 남자 사회자가 다 쓴 치약 용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회자가 "그런데 우리 생각 좀 해봅시다. 이 하나하나는 정말 보잘 것 없지만, 이것들을 다 모아서 재생 이용한다면 결코 작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화면은 재활용품 생산 현장으로 전환한다.

평양치과위생용품공장에서는 치약 용기를 재활용해 새 치약 튜브와 재생수지관을, 남포시 강선비닐박막(비닐하우스용 비닐)공장에서는 폐플라스틱으로 비닐을 생산한다.

명주실을 생산하는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서는 누에고치에서 폐수로 빠져나간 단백질을 추출해 사료나 비료로 만든다.

프로그램은 재활용에 열성인 공장 노동자와 주민 인터뷰를 중간중간 삽입했다.

각종 오물로 블록을 만드는 평양 중구역오물처리공장의 지배인은 "이 오물이 다 보물 같다"며 흐뭇해한다.

열심히 모은 파지와 병을 중구역일용품수매상점에 갖다주는 할머니는 "요거 하나하나 모으면 다 나라에 도움 준다는 이런 마음"이라고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2021년 11월 3일 방영한 특집 '재자원화와 우리 생활'의 한 장면으로 파지 1t을 모으면 학습장 1만 수천권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 2021 11.6 [조선중앙TV 화면]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2021년 11월 3일 방영한 특집 '재자원화와 우리 생활'의 한 장면으로 파지 1t을 모으면 학습장 1만 수천권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 2021 11.6 [조선중앙TV 화면]

사회자는 "누구나 재자원화 사업에 전 군중적 운동으로 떨쳐나설 때 오물도 보물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라의 살림살이에 큰 보탬을 주게 되고 나아가 모든 가정의 생활이 윤택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TV는 지난 1일 방영한 특집 '세계적인 재자원화 기술'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폐기물로 배, 가구, 안경 등을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사회자는 "많은 나라에서 지난 시기 쓸모없이 버려지던 폐기물, 폐설물, 생활오물 등을 이용해 적은 원가를 들이면서도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에서 재자원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에는 관련 TV 프로그램이 자주 눈에 띈다.

외화 부족과 제재 장기화로 원래 많은 자원을 수입할 여력이 없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로 교역이 축소되면서 자립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재활용은 그런 수단의 하나다.

북한은 올해 초 8차 당대회에서 지난 5개년 국가경제발전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경공업 부문의 주요 정책으로 "원료, 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경공업 부문에서 원료의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중요한 정책적 문제"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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