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군 발전법' 공개…"목표·계획 어김없이 수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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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8 10: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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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획 작성 등 자율성 주면서도 중앙통제 강조…경제난 반영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은 최근 제정한 '시·군 발전법'을 통해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지방 자체 발전계획을 법적 근거를 토대로 더 강력히 추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속적인 대북제재와 경제난으로 침체된 지방 상황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시·군의 의무와 책임을 법제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국가경제 차원의 중앙 통제를 강화하는 등 지역 자체 발전에만 맡겨 생기는 부작용을 차단하려고도 했다.

17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채택한 시·군 발전법 전문을 공개했다.

방송은 이 법이 "모든 시·군을 문명부강한 사회주의 강국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기 고유의 특색을 가진 발전된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튼튼한 법적 담보"라며 총 5장, 98개 조문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이 법은 시·군 발전의 주체로 행정기관인 시·군 인민위원회를 상정하고 위원회가 각 분야에서 해야 할 의무를 나열하는 식으로 짜였는데, 위원회 기능과 역할을 법적으로 담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사회 활동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담아낸 게 대부분이다.

법안에는 간장·된장·식용유·빨랫비누 등 기초 먹거리와 생필품 생산 보장, 206가지 일용 잡화와 102가지 건재 상품 생산, 과일나무 심기와 산림 조성, 시설물과 주택 건설 및 관리, 국토관리와 오수정화는 물론 교육·보건·체육·문화 영역까지 모두 포함했다.

각 농장에서 분조관리제와 포전(논밭)담당책임제를 정확히 실행하고 "국가알곡수매계획을 망탕 변경시키거나 수매계획을 빚대고 평균주의를 하여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곡물 생산 및 판매 원칙도 유지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기존의 활동과 관련 "발전 전망 목표와 계획을 과학성·현실성·동원성있게 세우고 어김없이 수행하는 것"을 "법적 요구로 규제"했다는 점이다.

계획을 요란하게 세우기만 하고 집행하지 않거나 아예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던 과거 현상들을 법적 영역으로 규제함으로써 추진력을 높인 셈이다.

특히 시·군들에서 국가경제와 관련한 생산을 외면하거나 마음대로 조정하는 데 대해 법적 통제 의지를 드러냈다.

제2장은 "시·군 인민위원회와 기관·기업소·단체는 시달받은 경제발전 전망 목표와 계획을 자의대로 조절·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기존 각 지역에서 자재 부족 등의 이유로 중앙에서 시달한 국가경제 관련 계획에 미달하거나 외면하는 현상에 경종을 울리며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제3장에서는 "시·군인민위원회는 모든 무역활동을 도무역관리기관을 통하여야 진행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시·군들이 자체적으로 중국 등과 해오던 교역 자율성에 제동을 걸고 도 차원에서라도 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경제난으로 중앙의 지방 지원이 사실상 끊긴 채 지역 자율성을 장려해왔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강화돼 왔다.

그러나 중앙의 지휘와 통제를 외면한 지방 자체의 '제멋대로' 활동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시·군을 거점으로 한 주민 결속과 경제 및 민생을 강조했고 3월에는 첫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열어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외 발전법은 지역에 대한 내각의 '지속적 투자·지원'과 자체 발전을 위한 시·군의 '권한'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지역 발전은 어디까지나 지역 자체의 의무라는 게 법 제정의 핵심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사설을 통해 도·시·군의 경쟁을 '자력갱생 경쟁'으로 지칭하면서 경쟁 열풍으로 경제난을 타개하자고 촉구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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