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계획 무조건 마무리” 지시에 기업소 일꾼들 ‘돈 구걸’ 나섰다
  • 관리자
  • 2021-12-16 07: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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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에 위치한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내부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12월 중순까지 액상계획이라도 무조건 마무리하라’는 북한 함경북도 인민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도내 기관기업소 일꾼들이 노동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5일 “함경북도 인민위원회는 모든 기관기업소에 12월 중순까지 액상계획이라도 마무리하라고 통보했다”며 “이에 기관기업소 일군(일꾼)들이 돈 있는 노동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돈 구걸에 나섰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 인민위원회는 도내 기업소들에 이달 중순까지 올해 계획 및 재정 총화 연말 결산 보고서를 전부 바치도록 하면서 액상계획이라도 무조건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한 지시를 내렸다.

소식통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장부 검열 정도로 계획수행을 따져서 여러 형태의 거짓말이 먹혀들었으나 올해는 장부 대 재정, 입금된 현금 수량까지 따지고 드는 판이라 도 인민위원회 자체가 궁여지책으로 모든 기관기업소들에 무조건 계획을 맞추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단위별 책임자들은 부랴부랴 액상계획 맞추기에 나섰는데, 아무리 해도 돈이 나올 곳이 없자 돈 있는 기업소 노동자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기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생산물도 없는 생산 단위들이 무조건 액상계획을 맞춘다는 것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계획을 못 한다는 것 역시 정부 정책을 어긴 것과 같고 그에 따라 내려지는 책임이 더 막중해 수단과 방법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산 기업소들이 생산을 못 하고 건설에 내몰리는 형편에서 눈앞에 부과되는 과제들을 수행하기도 어려워 몰래 8·3(소속 직장에 일정액을 내고 다른 곳에서 비공식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 노력을 내서 따로 부수입을 얻고 있지만, 그것으로도 국가계획을 수행할 형편이 못 되고 뚜렷한 방도도 없어 기업소 일군들이 노동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업소 일꾼들은 노동자들의 집을 찾아가 돈을 꿔달라고 요청하면서 돈을 빌려주면 내년 1년간 모든 조직생활 참여를 면제해주겠다거나 다른 애로사항들을 풀어주겠다는 등 어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노동자들은 기업소 일꾼들이 작년에도 도와달라 해서 도와줬으나 돈만 내고 조직적인 행사를 비롯한 기업소의 자질구레한 일들에 전부 동원되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감언이설에 속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업소 일꾼들의 이 같은 노골적인 불법 행위에 화가 난 몇몇 노동자들이 검찰소에 신고하기도 했는데, 검찰소에서는 국가 사정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기업소 일꾼들의 편을 들고 오히려 신고한 주민들을 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검찰소는 지금과 같은 형편에서 세상이 온통 불법이니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신소한다고 해서 일이 풀리는 것도 아니라면서 신소한 이들을 소속 조직의 간부들에게 직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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