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12-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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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왕조’의 3대 세습군주가 된 지 10년이 됐다. 스위스 유학을 접고 평양에 돌아와 후계수업을 받던 김정은이 ‘위대한 계승자’란 타이틀로 권력 전면에 등장한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사 이틀 뒤인 2011년 12월 19일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통치 10년의 최대 치적으로 핵무력 완성을 꼽는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4차례 불법 핵실험과 60여 차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결과다.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주요 전략무기 시험발사 현장을 빠짐없이 시찰하며 핵무력 완성이 자신의 영도력의 결과물임을 과시했다.
대가는 비쌌다. 현재 북한이 겪는 경제난은 1948년 정권 수립 후 최악의 수준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1990년대 중반)에도 평양을 지킨 외국 대사관들 대부분이 철수한 것은 극심한 경제난의 방증이다. 김정은 스스로도 “(경제) 목표가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시인했을 정도다.
본지가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등을 이용해 집계한 결과,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김정은 시기 0.84%로 주저앉았다. 김정은 집권 첫해 63억달러였던 교역액은 작년 8.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반세기 전(1970년대 초반) 수치다.
작년 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취해진 국경봉쇄 조치의 영향도 있지만,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전부터 북한은 고강도 경제 제재로 경제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불가항력이 아니라 북한이 자초한 결과란 얘기다. 이는 통계로 뒷받침된다. 북한의 연도별 국민총생산(GNI)을 보면 2017년부터 한 해(2019년)를 제외하고 매년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전 세계가 플러스 성장할 때 북한만 역성장을 한 이유는 안보리 제재를 빼면 설명되지 않는다.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까지 말 그대로 핵 폭주를 이어갔고, 이를 응징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 결의 6건이 2016년 3월부터 연달아 채택됐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 수출 금지로 시작해 결국엔 농수산물과 의류 수출까지 틀어막는 내용이었다. 정제유 수입도 극도로 제한돼 북한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 이 제재들이 채택 1년 후인 2017년부터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교역액은 훨씬 극적으로 감소했다. 2017년 55.5억달러였던 것이 이듬해 반 토막(28.4억달러) 났다. 2019년 32.5억달러로 일시 증가했던 교역액은 작년 8.6억달러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올해는 10월 말 현재 북한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 교역 규모가 2.27억달러로 작년(6.45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말까지 3억달러 내외가 될 전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 대안 연구원장은 “김정은 집권 10년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핵·미사일 폭주로 국제적 고립과 경제 파탄을 자초했고, 그 결과 주민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고 했다.
처참한 경제 성적표는 ‘핵·경제 병진 노선’의 파산을 뜻한다. 김정은은 체제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해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2018년 초 돌연 평화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핵을 거머쥔 채 경제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전술, 즉 병진노선이었다. 하지만 이 장밋빛 구상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던 트럼프 대통령조차 고개를 젓게 했다. ‘평창의 봄’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1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올 초 워싱턴엔 북한의 노림수에 훤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고, 대북 대화에 ‘올인’ 해 온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다섯 달도 남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평창 어게인’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정은이 21세기판 쇄국정책인 자력갱생을 고집할지, 늦게나마 모종의 변화를 택할지는 이달 말 소집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그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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