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美·南에 이례적 침묵…유동적 정세 속 '운신의폭' 넓히기
  • 관리자
  • 2022-01-03 07: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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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전원회의서 대남·대미 원칙·전술방향 제시했다면서도 구체내용 비공개

코로나·남한 대선 등 변수 고려한듯…경제난에 우선순위 밀렸을 수도

북한이 역대 최장인 닷새에 걸친 노동당 전원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례적으로 대미·대남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최근 노동당 대회와 전원회의 등 주요 계기마다 대남·대미 메시지를 발신해온 터라 이번에 비공개한 의도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잦아들지 알 수 없고 남측에서 3월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는 등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중앙방송은 1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론을 통해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남북)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만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단 한 문장에 원론적인 내용만 담은 셈이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 김성남 당 국제부장, 리선권 외무상이 함께 주관하는 대남·대외관계를 담당하는 분과를 처음 별도로 구성한 것으로 확인돼, 구체적인 메시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한미가 종전선언 문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다리고 있던 시점이기도 해 더 관심이 쏠린 상태기도 했다.

또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북한 인권을 문제 삼아 첫 대북 제재에 나서는 등 북한이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며 비난할 상황이 있었음에도 김정은이 입을 다문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김 총비서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를 언급한 데서 보듯 유동적인 대외 환경을 고려해 섣불리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도일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3월에는 남한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둔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남측이나 미국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코로나19 상황 등 변수 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단은 운신의 폭을 마련해두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정은이 내년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하며 "무겁고도 책임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화라는 큰 원칙을 정해놓고 어떤 시기에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를 고민하는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 (대화를) 행동에 옮길 시점을 재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남한 대선 등을 앞두고 대외정책 환경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책 노선의 확정·공표를 피해 차후 정책 추진 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목적"이라며 "대외환경의 가변성이 줄어든 시점에 종전선언 등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10월 국방발전전람회 기념 연설 등을 통해 최근 남측과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많이 해 딱히 새로 내놓을 메시지가 없을 수도 있다.

그는 이들 행사에서 한미에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기존 입장 외에 진전된 메시지를 낼 것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하지도 않고 발표도 안 하는 것은 일단 좀 더 주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전원회의 주석단의 김정은
북한 전원회의 주석단의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와 고위 간부들이 주석단에 앉아 있다. 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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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과 경제난 타개 등 내치가 급선무여서 대외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은 "(전원회의에서) 비상 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았다"며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최중대사"라고 강조했다.

올해를 총평하면서는 "당이 제일 중시하는 농업 부문"을 첫손에 꼽고, '우리나라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주요 의정으로 상정해 승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내년도 국가사업 중심방향을 제시하며 금속·화학·전력·석탄·철도·기계공업 등 주요 경제 부문의 과업을 차례로 언급했다.

북한은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국경봉쇄와 연이은 수해 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른 주민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자력갱생과 함께 사회기강 다잡기를 동시에 고민해야 상황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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