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MZ세대] 원하는 직업 얻으려 ‘거짓 충성심’ 보이는 청년들
  • 북민위
  • 2024-04-25 08: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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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세대’는 보통 결혼하지 않은 청년부터 유아까지를 포괄한다. 북한은 이런 새세대를 ‘애국의 대, 혁명의 대를 이어나가야 하는 주역’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지속해서 강조해오고 있다.

그러나 새세대 중에서도 앞으로 북한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층, 이른바 ‘MZ세대’는 국가나 집단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사상교육에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향을 드러내는 북한의 청년층은 직업관에서도 과거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업보다도 돈을 많이 벌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해외에 나가 자유로운 분위기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北 MZ들, 돈벌이 좋거나 해외 파견 기회 많은 직업 선호

함경북도 청진시의 20대 청년은  “(지금의 청년층은) 한번 사는 인생 할 것 다 하면서 날만큼 날고, 수준 있게 살자는 추세가 강하다”며 “그러다 보니 돈과 높은 경제적 수준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되고 있고, 이런 생각이 전염병처럼 많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에는 정치적인 권력이나 지위가 생활 안정성으로 연결되면서 국가기관 지도 간부가 가장 선호되는 직업이었으나 지금은 조직 생활은 덜 하되 벌이가 좋은 직업, 예를 들어 기관에 적을 걸어 두고 무역을 하는 직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평양의 20대 청년은 “지금은 외국 한번 나가자가 구호”라면서 “주재원으로 외국에 나가 일하거나 외국에 나가 일할 기회가 많은 특수기관 복무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평양에서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이에 청년들은 해외 파견 기회가 많은 정보기술 분야나 외국어 분야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제적인 안정이 최우선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소위 돈벌이가 되는 직업이, 이미 경제적으로 기반이 갖춰진 평양에서는 북한과는 다른 사회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선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업 배치에서 충성심 요구하는 北…청년들은 정작 ‘척’만 해

하지만 북한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다. 국가에 의해 일할 곳과 역할이 정해지는 구조다. 직업 배치와 진로 결정에서 개인의 능력이나 전문성도 일부 고려되긴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성분’이다. 좋은 성분, 다시 말해 좋은 집안 배경을 가진 이들이 직업 배치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놓인다.

평양의 한 간부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원하는 직장에 배치받는 것은 쉽지 않다. 돈이나 부모의 힘, 안면정실 관계를 동원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전에는 원하는 곳에 배치받기 위해 돈, 권력이면 됐다면 지금은 조금 변경된 게 있다. 바로 애국활동 경력”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애국심은 당과 국가,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동일시되는데, 최근에는 충성심을 얼마나 보여줬는지가 직업 배치의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이 간부의 말이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적으로 충성심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려 봉사활동, 대외활동, 인턴, 공모 등 취업에 필요한 경력을 쌓는다면 북한의 청년들은 충성심 증명 활동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이는 북한이 갈수록 청년들에게 더 높은 충성심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해 나선시의 20대 청년은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척하면서 애국자 경력을 쌓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북한의 청년들이 보여주는 충성심은 원하는 직업을 갖겠다는 욕구에 따른 ‘꾸며낸 충성심’이라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청년들: 순응과 자립 사이, 국가와 시장을 횡단하기’ 연구총서에서 “청년세대는 국가와 개인 간의 정치사상적 긴장이라는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며 “당과 국가에 무조건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복종하거나 때로는 형식적인 복종에 그치며, 그럼으로써 국가를 끊임없이 긴장시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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