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4-29 06: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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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김일성의 6·25전쟁뒤 열병식 거론하며 "또 한 분의 태양의 모습"
군사력 시원인 '빨치산 90년' 계기 '3대 걸친 핵 무력 완성' 서사
북한이 원수복을 처음 입고 열병식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김일성과 같은 선상으로 끌어올렸다.
김일성이 북한 무력의 창설자라면 김정은은 미국 등 강대국에 맞설 수 있는 '핵보유국'으로 올려세운 지도자임을 부각하며 동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1면에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원수복 차림의 김정은을 목도한 각계 주민의 반향을 전하면서 원수 차림의 '1953년 김일성'과 '2022년 김정은'을 동일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전쟁노병 박재필은 "원수복을 입으신 총비서 동지의 모습을 뵙는 순간 환희와 격정을 심장이 세차게 높뛰었다"며 "위대한 승리의 연대인 1950년대로 마음 달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승의 희열 속에 '김일성 장군 만세'를 목청껏 터치던 그때의 감격이 오늘 그대로 되살아났다"며 김정은의 형상을 "또 한 분의 태양의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도 "특히 원수복을 입으시고 도도히 행진해나가는 열병 대오를 사열하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본 인민들이 "전승의 열병광장에서 답례하시던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을 뵈옵는 듯한 숭엄한 감정에 휩싸였다"고 적었다.
'원수복을 입은 김정은'은 6·25전쟁에 참전한 전쟁로병 박재필이 1950년대를 떠올린 데서 나타났듯 휴전한 해인 '1953년의 김일성'을 향한 일종의 오마주로 풀이된다.
김일성은 그해 7월 휴전협정 직후 평양에서 전승 열병식을 열었을 때 흰색의 원수복을 입고 처음 나타났는데 이는 최고통수권자로서의 김일성의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주민들 뇌리에 박혔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이번 김정은의 원수복 차림을 보면서 전쟁 직후 원수복 차림의 김일성을 떠올리게 마련"이라며 "김일성과 김정은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라고 해석했다.
2012년 4월 당 제1비서에 오른 김정은은 공식 집권 10년을 꽉 채운 이달 돌아온 김일성 110번째 생일(4월 15일·태양절)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년(4월 25일)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치르면서 할아버지의 권위를 받아안겠다는 의지를 원수복을 통해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일성이 1932년 만들었다는 조선인민혁명군, 즉 항일 빨치산은 북한이 군사력의 시원으로 치는 조직인 만큼 이때 출발한 소규모 무력을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이 '핵 무력 완성'으로 완결함으로써 할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는 북한식 서사가 성립하는 셈이다.
신문은 전날 기사에서도 빨치산이 "90년 전 백여 정의 보병총으로부터 자기 역사를 시작"해 "최강의 힘을 자랑하는 세계적 강군"으로 성장했다며 김일성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군 무력 발전의 계보'를 그렸다.
김정은이 2012년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지만, 10년만에 원수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편 이번 김정은의 원수복 견장은 대원수 견장과 비슷해 김정은이 대원수 칭호를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북한 매체들이 '원수복'임을 강조하는 만큼 견장의 모양을 조금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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