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5-09 07: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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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선군정치'에 밀려 사문화…작년부터 주요 기관지서 부쩍 강조
최근 북한이 유명무실했던 공식 통치 이데올로기 '주체사상'을 다시금 전면에 부각하는 모양새여서 눈길을 끈다.
국제사회의 제재 장기화로 '자력갱생' 이외의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주체사상을 앞세워 주민 정신 무장의 고삐를 바짝 당기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주체사상을 세계관화, 인생관화 하자' 제하의 1면 사설에서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단계의 투쟁 행정에서 오늘 우리 당은 주체사상의 기치를 더욱 높이 추켜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위대한 사상의 힘, 민족자주, 민족자존의 정신력으로 오늘의 격난을 주동적으로 타개하고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힘있게 견인해 나가려는 우리 당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투쟁 단계'인 현시점에서 주체사상을 다시 정권의 핵심 통치이념으로 내세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우리 당의 결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임을 뜻한다.
사설은 "당중앙의 의도와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주체사상 교양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심화시켜나가야 한다"고도 당부했는데, '당중앙'인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 대내외 정책에 맞게 주체사상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사상의 힘, 민족자주, 민족자존의 정신력' 대목에서는 주체사상 교육을 '자주·자립·자위'의 노선 측면보다는 북한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시하는 주민 정신 무장에 방점을 두고 있음이 엿보인다.
사설은 이어 "우리가 남들 같으면 열백번도 더 주저앉았을 최악의 시련 속에서도 자존과 번영의 새 시대를 펼치게 된 것은 주체사상이 가리키는 명확한 진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체사상을 모든 사고와 행동의 출발점으로, 삶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이 김일성 시대를 상징하던 주체사상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제재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남의 힘을 믿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나간다'는 주체사상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일성 주석이 주창한 주체사상은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던 황장엽에 의해 철학적 기틀을 다져 1960년대 이후 북한의 첫째가는 통치 이념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새로이 들고나오면서 사실상 사문화됐고 매체들에서도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이런 추세는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어졌는데, 1년 365일 발행되는 노동신문이 2012년 이후 5년간 주체사상을 다룬 논설이나 사설은 단 4건에 그쳤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부쩍 주체사상 관련 보도를 늘려 지난 4년간 주체사상을 제목에 세운 기사는 31건에 달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서 주체사상과 '주체적 힘'을 강조하는 사설이 더 자주 등장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자력갱생 노선으로 회귀한 뒤,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강화"하기로 한 내부 정치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 본심이 변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체제 수호를 위해 자위적 국방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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