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아파트 공사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한 북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한 근로자 가운데 ‘현역 군인’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현역군인’신분이기에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고 하루 17시간 이상 노예노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로 돈줄이 마른 북한이 한 푼의 외화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급여 전액을 착취 가능한 군인들을 파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군 현역병 신분으로 러시아에 파견돼 건설노동을 하다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장철민(가명)씨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확대 차원에서 현역군인을 러시아에 보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북한당국은 2016년부터 북한군 건설부대 가운데 기술숙련도가 높은 현역군인 위주로 러시아 파견 인력을 선발했다고 한다. 북한군에는 7총국, 8총국, 공병국 등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들이 있다. 김씨 일가의 특각(별장)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1여단도 있다. 장씨의 대대에서만 10여명이 선발됐고, 다른 부대 인원들까지 수백명의 현역군인이 러시아에 파견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대도시의 건설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은 러시아에 파견되는 군인들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민간인으로 신분세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소속인 장씨도 건설사업소 근로자, 출신지도 평양시 출신으로 둔갑된 위조서류를 들고 4년 전 러시아에 갔다고 한다. 그는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견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장씨는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에 파견돼 건설노동자로 근무하다 2년 후 비자 연장을 위해 귀국하지만 대부분 재파견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북한당국은 러시아에 파견된 군인들 가운데 제대 만기일(10년)이 된 군인들에게 군복무 기간을 1년 ~ 3년까지 연장해 강제 체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현역군인을 파견하는 것은 인건비를 한푼도 주지 않고 노동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씨는 “일반 근로자의 경우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줘야 하지만 군인들은 한푼도 주지 않는다”며 “돈을 아낀다며 고기 대신 돼지 껍데기만 먹이면서 하루 17시간 이상 노동을 시킨다”고 말했다. 해외 파견 북한 일반 근로자의 경우 급여의 80%이상을 당국에 상납하고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사용가능하다. 장씨는 “러시아 현지 건설사업소에도 급여를 안주고 가축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군인들을 선호한다”며 “코로나가 풀리면 많은 북한군인들이 해외로 파견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 근로자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따라 2019년 말까지 귀국해야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일부는 러시아에 남아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