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2-01 08: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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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대 행사인 8차 당 대회가 8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당 대회는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열려 북한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정책과 노선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당 대회에서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중심으로 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제시했고, 핵 전략무기를 지속 개발해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노선을 다시금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극심한 생계난에 시달리는 국경 지역 주민사회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매섭기까지 하다.
실제 당 대회가 끝난 뒤 접촉한 북한 국경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현지의 주민들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제시되자 “또 5년 동안 얼마나 닦달질을 해대겠냐”면서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또 핵무기 개발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서는 “인민이 다 굶어 죽고 나서 빈 국가를 지키는 무기만 있으면 뭐 하겠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보는 최근 이번 당 대회에서 결정된 여러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북한 국경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국경 지역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재 내부 주민사회의 분위기나 반응은 어떤지, 또 앞선 인터뷰 기사에서 다룬 당 간부들의 견해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총비서에 추대됐다. 총비서 호칭에 관해 주민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
평안북도 신의주 주민(이하 C): “원수님(김 위원장)이 위원장인데 농장의 관리위원장도 위원장, 직맹 초급위원장도 위원장, 소년단 분단위원장도 위원장이니 항간에는 이게 뭐냐고 하는 말들도 있긴 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부름이나 직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정책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한다. 백성들에게 일자리나 배급을 못 주면 최소한 나라를 떠나지 않고 먹고살게 해주는 것이 더 중심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함경북도 회령 주민(이하 D): “사실 그동안 밑에서는 호칭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러다 보니 세포위원장보다 세포비서란 말이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주민들은 총비서든 위원장이든 뭔 상관이 있냐는 식이고 어떤 주민들은 그래도 조선노동당 위원장보다는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듣기에도 더 좋고 더 높아 보이지 않냐고 하는 정도다.”
-그동안 김 위원장 가까이서 수행하던 조용원이 눈에 띄게 승진했고, 반대로 김여정은 중요 직책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알고 있나? 또 주민들은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
C: “잘 모른다. 지방 주민들은 텔레비죤(텔레비전)으로 보면 항상 조용원이란 사람이 원수님과 동행하니 신임이 두터운가보다 한다. 그리고 김여정 동지는 원수님과 동등하게는 못 봐도 백두산 최고 줄기를 지닌 장군님의 딸이시지 않나. 일반 사람들 중 가장 위에 있으니 직책이 안 중요하다고 본다.”
D: “대다수 주민들은 조용원이 당연한 직위를 꿰찼다고들 말한다. 김여정 동지를 두고서는 그동안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데 이제 진짜 망할 때가 됐나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 여론이 중앙당에까지 들어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주민들은 중요 직책은 없어도 어디든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제시됐다. 앞선 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실패를 인정했는데, 5개년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C: “우리 지방 사람들은 온 가족이 계획 수행하러 나갔다가 하루아침에 굶어 죽는 것을 경험했다. 국가가 배급을 주나 월 생활비를 현실성 있게 주나. 남자 이발 한 번 값도 8000원 인데 그 3분의 1만한 돈을 받으러 한 달을 죽도록 출근한다는 게…. 지방 사람들에게는 이제 계획 소리를 안 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다. 때대끼(하루벌이)를 해야 먹고살 것 아닌가. 그래도 나라를 안 떠나고 이 땅에서 어떻게 하나 버티고 살아가는데 들려오는 소리는 계획 수행을 위해 수많은 당 검열 기관들이 생겼다니 또 백성들만 죽겠다고 생각한다.”
D: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또 5년 동안 얼마나 닦달질을 해대겠냐고 하면서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알아서 살라고 하면 오죽 좋겠냐는 반응이 제일 많다. 또 100일 전투요 80일 전투요 하면서 내몰지 않겠느냐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인민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우(위)에서야 계획 발표하면 그만이지만 그걸 집행해야 하는 밑에서는 죽을 맛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또 계획만 세운다고, 또 백성들의 피땀을 짜낼 판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5개년계획의 기본은 역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인데, 가능하다고 보나?
C: “가능 못 하면 죽는 거다. 보위부, 안전부에 잡혀가면서도 비법이라도 저질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게 사회주의를 지키는 것과 다른 게 뭔가. 국가가 주는 것은 없지만 우정(일부러) 우리를 죽이려고 안 주겠나 하는 생각도 속상하게 해보기도 한다. 그냥 우리가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데 고지식한 사람들은 장사도 못하고 밑천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버러지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의 연속이다.”
D: “전염병 때문에 중국하고도 무역을 못 하는 판인데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자력갱생만 부르짖고 계획만 발표하면 달성이 된단 말인가. 백성들만 5년 동안 죽을 맛으로 지낼 텐데 걱정이 크다. 이제는 주민들도 자력갱생으로 할 만큼은 다 했기 때문에 더 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속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할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원을 시사했다. 시멘트 1만 톤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C: “집 없는 사람들이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병에 걸려 죽는다. 창고 같은 움막집이나 쓰러져가는 집에서 사는 지방 사람들 다 살려주려면 아파트나 살림집을 많이 지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자재만 대주고 건설하라면 결국에는 다 지방 사람들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안 주고 통제 자체를 말면 좋겠다.”
D: “전번에 원수님이 검덕광산에 갔을 때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완전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방 인민들의 생활에 관심이 생긴 것 같은데 세멘트(시멘트)나 1만 톤 보장해 준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겠나. 그나마 도 소재지에 사는 사람들은 좀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농촌에 가보면 먹고 입고 사는 수준이라든가 문화생활은 그야말로 원시 시대를 조금 벗어난 수준이다. 이번에 세멘트를 지원해 준다는 말이 나오자 주민들은 한결같이 콧방귀를 뀌면서 줘 봤자 맨 밑바닥에 사는 지방 사람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쓴웃음만 지었다. 지원은 고사하고 뭘 자꾸 내라고 하지만 않아도 좋겠다고 한다. 대상 건설을 진행할 때마다 전국적으로 지원하라고 닦달질만 안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앞서 5일부터 7일까지 이뤄진 8차 당대회 기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번 당 대회에서는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현상 방지를 재차 강조했다. 한층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관련한 내부 주민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C: “수령님(김일성) 회고록에도 있다. 낮에는 적의 세상 밤에는 우리 세상. 대사를 암기할 정도로 맨날 혁명 영화만 방영하니 신선한, 생활적인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보면 반동이고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로 잡아가겠다니 앞으로 조심해야지 싶다.”
D: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경제활동도 못 하고, 장거리 물품 이동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은 거의 죽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때에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를 하지 말라는 것은 다 굶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를 외쳐봤자 빈 구호일 뿐이다. 지금 사회가 사회주의도 아닌데 무슨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를 논하나. 적지 않은 주민들은 지금 살아있는 자체가 비사회주의라고들 말한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무슨 사회주의냐면서 비난하며 억이 막혀 하고 있다.”
-당 대회에서는 국방력 강화를 주된 성과로 언급하고 핵무기 지속 개발 의지를 천명했다.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C: “나라가 망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군수공업에서 조금만 돌려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생산물들을 엄청나게 만들어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나라가 제대로 된 물품을 대량생산해 공급해주고 하면 누가 밀수를 하고 누가 감옥에 가겠나. 평북도 사람들은 누구나 다 밀수나 장사를 하려고 한다. 인민이 다 굶어 죽고 나서 빈 국가를 지키는 무기만 있으면 뭐 하겠나. 누구를 위한 무기인지 나라가 설명해줄 수 있나.”
D: “핵무기가 주민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안 줄뿐더러 오히려 핵무기 때문에 제재를 받아 더 못살게 되지 않았는가. 핵무기 때문에 계속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위적 국방력이요 핵 강국이요 하는 말만 들으면 치를 떤다. 나라에 그만한 재고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인민들 생활에나 돌리면 좋지 않겠냐고 맹비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북미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나?
C: “태어나서부터 미국은 승냥이라고 배운 교과서가 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은 한 하늘을 이고살 수 없는 원쑤(원수)이고 지금껏 우리를 제재해 온 원흉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 대회에서 말한 듯이 양보 없다는 데 뭘 더 기대하나.”
D: “그렇지 않아도 싱가포르 수뇌회담 이후 주민들 속에서 이제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게 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 말들이 꽤 나왔었다. 그러나 하노이 수뇌회담 이후에 역시 미국은 만만치 않으며 트럼프가 원수님을 가지고 놀았다는 말들이 퍼졌었다. 우에서도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해야만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핵무기는 앞으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만큼 앞으로 미국의 새 정부와 어떤 선에서 합의점을 찾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핵 포기를 압박한다면 개선될 가망성은 없고 협상을 해도 핵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남북관계에 대한 주민들의 견해는 어떤가? 당 대회에서는 남한 정부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는데.
C: “우리가 일을 해주면 월급을 주는 식으로 남조선과 협력하면 서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없는 것을 도와주면서 먹고 살겠다는 거지 남조선으로 도망치겠다는 게 아니다. 남조선 사람들과 말하면서도 사상적으로 현혹되지 않고 붉은 기 정신만 고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같이 잘 살면 안 되나. 그래서 숱한 사람들이 직업이 생기고 제대로 쌀을 한 마대 사서 실컷 잘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D: “주민들이 북남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진정으로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실제로 주민들은 개성공업지구 같은 것들이 많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당은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민위천’을 내세우며 인민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이념을 천명했다. 주민들은 이에 어떤 반응인가?
C: “인민을 하늘처럼 여긴다고 이민위천인데, 인민을 데려다가 가두고 때리고 뇌물 내놓게 하는 보위부, 안전부는 다른 나라 법관들인가. 가뜩이나 살기 힘든 작년에 인민들을 얼마나 괄시했나. 그러니 이런 것부터 고치고 이민위천을 부르짖으면 좋겠다.”
D: “이전에도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민위천을 떠들었고 지금도 역시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주민들은 단 한 명도 없다. 일부 주민들은 원수님은 인민을 사랑하고 있는데 중간의 간부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이 말도 원수님을 직접 대놓고 욕하지 못하니까 하는 말이지 언제 한 번 인민을 위해 헌신한 적이 있나. 다만 이제는 뭔가 좀 달라지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지켜보자는 반응도 있다.”
-8차 당대회에서는 당원들의 규율 위반이나 부정부패 감독, 신소처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들도 내려졌다. 이와 관련한 내부의 분위기는 어떤가?
C: “보위, 안전, 검찰, 군대들이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인민들만 쥐잡듯 잡는 행태나 없앴으면 좋겠다. 요새는 보위, 안전부 사위나 아들이 있으면 용을 탄 것처럼 가족까지 다 보위원, 안전원이다. 나라에서 준 직무로 남발하는 것은 당과 대중을 갈라놓은 일밖에 안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집행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D: “최근 당 간부들의 비리 행위가 도를 넘고 있어 이것 하나만은 많은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간부들도 누군가는 무서워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원수님의 직접적인 방침을 받지 않으면 다 빠져나갈 만큼 허술하다. 뇌물로 이어진 사회에서 누가 청렴결백하게 검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지금 스산한 분위기 속에 많은 간부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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