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美대화제안·한미훈련에 침묵…정세악화 피한채 관망 이어가
  • 관리자
  • 2021-03-16 07: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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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정책 '패' 확인하고 움직일 듯…경제목표 등 내부상황도 영향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 움직임에 촉각 예상

고요한 북녘
고요한 북녘

한미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북한이 미국의 접촉 시도와 한미연합훈련 진행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다음 달인 지난달 접촉을 시도해 왔지만,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미국은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고위당국자는 "아직 북한에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주부터 8일째 진행되고 있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에 대해서도 15일 현재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으로 규정하는 북한은 그간 훈련 기간만 되면 조건반사식으로 도발을 하거나 관영매체는 물론 대외선전 매체들을 동원해 대남·대미 비난을 일삼았다.

지난해에만 해도 4월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통일신보 등 대외선전매체들을 통해 "호전적 망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9월 한반도가 아닌 괌 인근 해상에서 벌인 한·미·일·호주 환태평양 합동군사연습 '림팩'을 두고서도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선전매체 '여명'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통일운동 단체들의 훈련 중단 주장을 남한 매체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지난 3일 소개했을 뿐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측이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한다"고 지적해, 훈련 개최시 거친 대응이 예상됐다.

북한의 이 같은 침묵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기존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으나, 완료되기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패'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도발이나 비난으로 굳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가 없다는 계산 아래 일단 정세 악화를 피한 채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지난해 겪은 대규모 자연재해 등 삼중고 속에서 올해 경제개발 목표를 수행을 위해 내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침묵'은 과거와 다른 현상이지만 이상한 맥락은 아니다"라며 "8차 당대회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를 새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로 거론했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응하거나 반발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대화에 목마른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일단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의 접촉 시도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국가의 기준에서 볼 때도 상식적인 일"이라며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내세우며 미국에 공을 넘긴 북한이 대북정책도 공표하지 않은 미국의 '비공개 접촉 시도'를 넙죽 받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한미훈련 상황에서의 침묵에 대해서도 "대규모 밀집 훈련 없이 이 정도로 축소해 벌이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반발함으로써 실익도 없이 카드를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오는 17일 방한하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장관의 방한 과정에서도 북한을 자극하거나 공개적으로 새 대북정책을 노출하는 발언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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