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3-18 07: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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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성의 군 복무기간이 9~10년에서 7~8년으로 단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달 초 함경남도 주둔 7군단 소속의 한 군인이 그간 상당량의 뇌물을 바치고도 입당(入黨)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제대할 상황이 되자 홧김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군 대열보충국은 복무기간 단축 방침에 따라 7~8년간 군에서 복무한 이들을 제대시키라는 지시를 각 군단 대열부에 내려보냈다.
지난 7년 동안 군 복무한 함흥의 7군단 직속 경비중대 분대장 오 모 씨도 이번 제대 대상자 명단에 들었는데, 그는 본래 3년 뒤에나 제대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전에 입당하기 위해 군단 당원등록과장에게 지속해서 쌀, 돈 등 각종 뇌물을 바쳐왔다.
앞서 당원등록과장은 오 씨에게 “내년에 입당 뽄트(할당)가 내려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었고, 이에 오 씨는 그동안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생활도 열심히 하고 전투 근무도 잘 수행하며 모범적으로 군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군 복무기간 단축 방침이 내려지면서 오 씨는 올해 제대 대상자로 분류됐다. 뇌물은 뇌물대로 바치고 입당도 못 한 채 전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소식통은 “군사 복무할 때 입당을 못 하거나 후보당 생활도 하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면 군사복무를 똑바로 못한 것으로 사람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 군인들은 군사복무 기간 내에 어떻게든 입당을 하려고 한다”며 “그래서 보통 입대 후 5년이 된 시점부터 입당과 연관 있는 간부들에게 돈을 고이는 작업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입당을 위해 했던 그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오 씨는 억울한 마음에 지난 5일 당원등록과장의 사택에 찾아가 “지금이라도 긴급으로 입당 뽄트를 달라.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제대를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원등록과장은 오 씨에게 “입당 뽄트가 내 주머니에서 나오느냐”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의 태도에 화가 난 오 씨는 그 길로 나와 휘발유 한 병을 들고 다시 당원등록과장의 집을 찾았다. 당시 그 집에는 당원등록과장과 그의 아내, 두 딸이 있었는데, 분노감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오 씨는 단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당시 사택 안에 있던 변압기가 폭발했고, 불길은 당원등록과장 가족을 비롯해 총 6세대가 살고 있던 2층짜리 다세대 주택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 세대의 변압기까지 연쇄 폭발하면서 오 씨와 당원등록과장 가족 등 주민 20여 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사건 발생 직후 함흥으로 내려온 군 보위국(前 보위사령부)은 앞서 오 씨가 제대를 앞두고 한 정치지원과의 개별담화에서 당원등록과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이번 일이 오 씨의 앙심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런 가운데 군 보위국은 오 씨와 같은 마음을 품은 제대 대상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이런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9일 총정치국 당원등록과와 당검열위원회가 함흥에 내려와 7군단 제대 대상자들을 회관에 모아놓고 며칠간 일일 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제대 대상자들을 달래려는 의도에서 조직된 것으로, 실제 강연에서는 “너희가 군사복무를 잘못해서 입당을 못 한 것이 아니다. 충실히 잘했지만, 당에서 갑자기 제대 방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너희가 제대되더라도 우선 입당할 수 있게 평정서를 써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총정치국 선전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 제대군인들은 당의 신임을 받고 사회에 나가는 사람들인 만큼 군사복무 시절에서의 총대를 망치와 낫으로 바꿔 들고 인민경제 전초선에서 선봉대, 돌격대가 되자’라는 내용의 강연자료를 만들어 각 부대 정치부와 선전부에 내려보냈고, 이를 통해 제대 대상 군인 집중 교양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총정치국 청년사업부는 각 부대 청년사업부에 제대 대상자들이 그동안 군사복무를 잘했다는 것으로 평정서를 써주도록 하라는 내적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주 말까지 각 군단, 사단별로 제대 강습을 끝내고 제대 대상들을 뽑는다(사회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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