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경 지역에 배포된 주민 대상 강연자료에 몇 가지 방역 위반 사례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내부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주민정치사업자료에는 “자기 하나의 리익(이익)만을 추구하면서 국경 질서를 위반하고 비상방역전에 저애(저해)를 주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몇몇 사례들이 제시됐다.

실제 이 자료에는 혜산시 탑성동에 사는 심모 씨가 자택격리에 자각적으로 참가한 데 대한 교양사업을 받고도 지난 1월 31일 여러 사람을 끌어들여 술판, 먹자판, 노래와 춤판까지 벌이면서 비상방역 사업에 역행하는 망탕 짓을 했다는 사례가 담겨 있다.

또 자료에는 김형직군 지경리에 있는 도(道) 탐사관리국 풍선 지질탐사대 림모 씨가 지난 1월 12일 종업원들과 가족들을 모여놓고 술판, 먹자판을 벌렸다며 이를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를 시행 중이다. 북한 비상방역법에 따르면 ‘초특급’ 단계는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이 봉쇄되고 모임과 학업이 중지된다. 지금껏 비상방역 수준 조절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현재도 ‘초특급’ 방역 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장기간 이어진 비상방역 조치에 피로감이 극에 달한 주민들이 처벌 위협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일탈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자료를 통해 “끼리끼리 술판, 먹자판을 벌리는 현상들과의 대중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다만 북한은 자료에 이렇게 비상방역법을 어긴 주민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방역수칙 위반자들을 특대형 범죄자로 낙인찍고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고 있다는 본보의 취재 내용을 참작하면 이들에게도 무거운 처벌이 내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자료에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봉쇄 기간에 주민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북한은 자료에서 “봉쇄 기간 생활상 어려움을 겪는 사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서로 돕고 위로해주고 집단주의 기풍을 높이 발양하며 하나의 대가정을 이룬 우리 사회의 풍모를 남김없이 발양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국경에서 밀입국자가 발견되거나 밀수 행위가 발각되면 방역을 빌미로 해당 지역을 봉쇄해왔다. 봉쇄령이 내려진 지역에는 주민들의 집 밖 외출이 금지되고 시장 또한 폐쇄되는 조치가 이뤄진다.

봉쇄 기간에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 단속돼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식량을 비축하지 못한 주민들은 집에서 꼼짝하지 못한 채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봉쇄 중에 아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봉쇄 기간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료를 통해서는 서로 위로의 말을 건네 위기를 극복하라니, 주민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이번 자료를 통해 중국 손전화기 사용자나 방역수칙 위반자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강연자료에서 중국 손전화 사용자와 방역수칙 위반자를 ‘당(黨)의 사랑, 사회주의제도의 고마움을 모르는 인간쓰레기, 배은망덕한 자’라고 규정하면서 “혁명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처갈겨야 한다”는 내용의 주민 강연을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