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3-31 09: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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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양에 살고 있던 북한 제대군관과 그 가족 100여 명이 지방으로 쫓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시장에서 장사하며 부적절한 언행을 헸다는 것으로 평양거주권을 박탈당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평양 전반에서 제대군관 30여 명,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도합 100여 명이 지방에 보내졌다”며 “장사활동을 하는 제대군관들 중에 발언과 사상에 문제가 있는 이들이 있다는 보고가 중앙당에 올라갔고, 특히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 지방 배치장이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8차 당대회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를 계기로 당 조직담당 비서에 앉은 조용원은 평양시를 혁명의 수도답게 꾸리는 것을 첫 사업으로 내세우고, 평양시당과 사회안전성 8국에 시민증을 분실하거나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파악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조용원은 지난해 제정된 ‘제대군관생활조건보장법’에 따라 평양시 내 제대군관들의 생활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다시금 파악해보라는 지시를 덧붙이기도 했다.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제대군관들의 생활을 챙겨 어려움을 풀어주겠다는 차원에서다.
이에 인민반장들은 제대군관들의 동향을 있는 그대로 보고했는데, 그 보고에는 일부 제대군관들이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시장관리원들과 충돌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초 평양시 인민위원회 상업부는 강력한 시장 통제를 위해 시장관리소에 제대군인 당원으로 시장관리원을 뽑아 그 수를 늘리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후 시장에서 장사하는 일부 제대군관과 시장관리원 간에 마찰이 빚어졌다. 제대군관들이 하전사 출신인 시장관리원들을 우습게 보고 그들의 단속과 통제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정이 결국 중앙당에도 보고되면서 구역당이 시장관리소와 함께 제대군관 개별 동향을 다시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그중에서도 특히 언행이 좋지 않고 사상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제대군관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가 올라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퇴역 후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시장에서 소소하게 장사해온 제대군관 중 일부는 “군사복무를 오래 해봐야 개밥에 도토리다” “역시 장마당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등 신세를 한탄하면서 선군시대와 비교해 제대군관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는 비난 섞인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선군시대에는 제대군관들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직업을 주고, 새로 지은 살림집에도 배정해주고, 혹여 절량세대(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발생할까 배급과 생활비를 무조건 보장해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불평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며 “또 전염병 사태로 여러 명이 모여 술판을 벌이지 말라는 방침도 있었는데 여기에 제대군관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는 내용까지 보고서에 담겨 중앙당으로 올려졌다”고 말했다.
중앙당에서는 “시장 매대에 앉아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살만하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그런 반당적인 발언을 했다는 건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언행이 불량한 것으로 꼽힌 제대군관 30여 명에게 지방배치장을 내리고, 이들이 살던 집을 생활이 어려우면서도 사상 상태가 좋은 제대군관들에게 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를 받은 평양시 인민위원회 행정과가 제대군관들에게 ‘당적인 조치에 의한 지방 배치’라고 적힌 배치장을 내렸다”며 “부부가 모두 평양 출신이면 중부지역 도시로,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지방 출신이면 국경 4도(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를 제외하고 되도록 친척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배치했다”고 했다.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그런가 하면 북한은 지방 배치에 크게 반발한 몇몇 제대군관들을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생활할 수 없는 ‘불순이색분자’로 칭하면서 아예 ‘추방’ 조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평양에서도 멀리 떨어진 심심산골의 농장원으로 추방됐는데, 자식이 평양에 있으면 몰래 들어올 수 있으니 자식세대까지 모두 지방으로 보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지방 배치에 순순히 응한 제대군관들은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평양에 거주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로 유예기간을 줬지만, 반항한 제대군관들은 3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밤에 짐을 실어 강제로 추방했다”며 “무엇보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비법(불법) 손전화기(휴대전화)는 다 회수하고 본인 이름으로 등록된 손전화기만 가지고 갈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통신 도·감청을 통해 이들의 동향을 계속 살피겠다는 의미로, 당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비난하는 발언을 하지 못하게 철저히 단속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일을 두고 평양 내 제대군관들 사이에서는 “지방 배치나 추방이나 결국은 다 지방에서 살게 됐으니 추방인 것이다” “출당만 아닐 뿐이지 영원한 혁명화를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대군관들은 과거 재일조선인들이 만경봉호를 타고 입북했을 당시 등장했던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표현을 끌어와 ‘민족의 대추방’이라면서 혀를 차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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