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5-31 08: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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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전략 고심하며 내치 집중 가능성…"코로나 상황도 영향 미친 듯"
2017년엔 즉각적 반응…이번엔 긍정적 내용도 포함돼 고민 길어질 수도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이달 초 발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관계 화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사진이 게재돼 있다.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한꺼번에 쏟아낸 이후 29일 오전 7시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군인가족 예술소조원과 기념촬영을 했다는 소식이 지난 7일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후 20여 일 동안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반길만한 내용이 나왔음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 및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바이든 정부와 대화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대신 공동 성명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던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것도 북한 입장에선 익숙한 대화 채널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한미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에 거의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과거와는 대조적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17년 첫 정상회담 때는 회담 결과가 나온 다음 날 노동신문에 '친미사대'·'대미굴종'이라며 개인 필명의 비난 논평을 실었다.
같은 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을 방문했을 때도 순방을 마친 이튿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북특별대표에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북한이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일단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분석과 향후 대응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대결하던 2017년 당시엔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비난하고 반발하면 됐지만, 이번엔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내용도 포함되면서 입장을 정하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그간 미국을 향해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이번 회담에 들어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향해 적극적인 대화 손짓을 하기도 어렵다.
일각에선 북한이 우선 경제 재건을 비롯한 내치에 집중하고 협상 재개여부를 비롯한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 설정은 미뤄두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협상에 나선다 해도 미국이 당장 대북제재를 철회 또는 완화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당장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 초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그 결과를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요청하자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면서도 정작 더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침묵이 의도적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한미 정상이 최대한 노력해 공동성명을 낸 만큼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지 않는 데는 코로나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만남 자체도 쉽지 않고, 설사 만나서 경제적인 상응을 받는다고 해도 물자를 들여오기가 힘들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없는 것은 한반도 정세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김정은이 대외관계에 발을 빼고 김여정 등을 내세운 지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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