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7-22 08: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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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군인생활(총정치국 발행 잡지)’에 게재된 ‘국어’라는 제목의 교양 자료를 통해 군 당국은 일단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보여주는 국가상징들 가운데는 세상에 자랑 높은 우리의 국어도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는 이어 “위대한 수령님들(김일성, 김정일)께서는 혁명의 수도인 평양의 언어를 기준으로 하여 민족어 전환을 발전시켜나가도록 하시였다”면서 “그리하여 외래어 비문화적인 요소들을 청산하고 정리하는 데서 근본적인 전환이 이룩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평양문화어는 1960년대부터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쓰였다는 북한의 표준어를 일컫는다. 북한은 이를 “민족어의 고유한 특성과 우수성이 집대성되고 현대적으로 세련된 조선어의 원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남한의 표준어보다 우수한 언어인 평양문화어 사용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학습자료를 군인들에게 교양‧설명하고 나선 강연자는 이보다 더 나아갔다.
소식통에 따르면, 각 부대 선전원, 정치지도원 등 강연자는 군인들에게 “부대 안에서 갓 입대한 전사들이 아직도 사회 때를 못 벗어 오락회, 군중문화 오락시간 낡고 썩어빠진 남조선 노래 창법으로 사회노래를 부르면서 혁명적 군풍을 흐리고 있는데, 이는 철저한 이적행위”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해 지적한 남한식 어투 및 창법 사용 금지(노동단련형 또는 최대 2년 노동교화형)와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한류 확산을 근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류 확산은 단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남한과 북한 사회를 비교하면서 체제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각성(覺醒)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즉 북한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본 북한 주민들이 패션과 머리스타일, 말투까지 따라하자 이를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동무’를 ‘친구’로,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것은 물론 ‘쪽팔려(창피해)’라는 표현까지 유행하고 있다.
아울러 외래어 사용도 지적하고 나섰다. 강연자는 12군단 내 정치부에서 제기된 자료를 통보하면서 “이 부대의 한 독립소대에서는 병실(兵室‧생활관)에서 같은 패(또래 입대생)끼리 말을 할 때 ‘오케이요’ ‘노우요’ 라고 답하는 결함도 발로돼 크게 문제시됐다”고 했다.
이어 강연자는 “요즘 새 세대군인들이 건전한 사상의식과 혁명성, 도덕성을 준수하기 위한 표징의 하나가 바로 언어생활을 혁명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어 사용 문제를 혁명성과 결부시킨 것이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언어 사용이 지속되면) 적들에 대한 환상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제국주의 반동사상에 물젖어 혁명의 총대를 틀어쥔 군인들의 계급의 과녘이 흐려질 수 있다”고 했다.
북한 군 당국이 외부 문물에 노출되기 쉬운 젊은 층이 중축을 이루는 인민군대 새 세대군인층의 사상 이완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이른바 ‘사회주의 사상진지 수호전’을 당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각 군에 오는 선군절(8월 25일)까지 언어 부문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경향을 자체적으로 검토‧토론‧사상투쟁 방식으로 총화(평가)하고 상부에 보고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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