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성 발사로 한중일 협력 분위기에 찬물…갈라치기 시도
  • 북민위
  • 2024-05-29 0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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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일을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27일로 선택한 것에는 오랜만에 조성된 3국 간 협력 분위기에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가 깔렸다.

한중일이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의를 열고 관계 복원 의지를 다지는 자리이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선 시각차가 크다는 점을 부각하며 한일과 중국 사이를 갈려놓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 새벽, 정찰위성 발사계획을 통보하며 재를 뿌렸고, 3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발언에서는 뚜렷한 입장차가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만약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강력히 그 중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창 중국 총리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묵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다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진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내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미일까지 포함한 관련국 전체에 책임이 있다는 듯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전략경쟁이 심화한 이후엔 러시아와 공동전선을 구축한 채 안보리 차원의 대북 대응에 소극적으로 임해 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도 새로운 제재 결의가 도출되기는커녕 의장성명도 나오지 못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예고 직후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중국이 한일과 이견을 보이면 결국 북한을 규탄하지 않고 한반도 내 긴장 고조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국은 자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귀결된다"며 "북한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론"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직전에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가 이뤄진 게 중국을 겨냥한 불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일 대 북중러'로 갈리는 신냉전 기류 고착화를 희망하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반대 진영에 있는 한국, 일본과 가까워지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러시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난감한 이슈를 던졌다는 의미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 발표 후에 북한 외무성이 대변인 명의로 내놓은 담화에서도 이러한 뉘앙스가 묻어났다.

외무성 대변인은 "누구든지 우리에게 비핵화를 설교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거나 침탈하려 든다면 (중략) 가장 엄중한 주권 침해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서 '누구든지'라는 주어에 중국도 포함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다만, 북한은 리창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한국을 떠난 뒤에야 위성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입장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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