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훈련에 '김정은 뜻' 내세워 반발…행동조치 예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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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1 0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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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훈련 중단 요구 이어 비난 담화…남북·북미관계 돌파구 마련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첫날 이를 비난하는 '위임 담화'를 내놓으며 사실상 최고 수준의 불만을 표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를 내고 "이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의중을 담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으며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힌 셈이다.

김 부부장은 2020년 3월 첫 개인 명의 담화를 시작으로 대남·대미 메시지 전달을 도맡으면서 동복 오빠인 '김정은의 입' 노릇을 해왔지만,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담았다는 점에서 반발의 무게감이 종전보다 훨씬 크다.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그동안 남발했던 '미국산 앵무새'나 '저능하다'와 같은 거친 조롱을 삼가고 상당히 정제된 표현을 썼는데 최고지도자의 위임에 따른 담화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남북은 지난달 27일 단절됐던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다. 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면서 소통해온 데 따른 결과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일에는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 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무려 413일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음에도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자 이에 배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향후 어떤 대응조치를 취할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됐을 당시에는 김 부부장이 이를 비난하며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윽박지른 바 있다.

이에 반해 이번에는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는 추상적인 경고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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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당장의 도발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할 만한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남북통신선도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한과 개시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군도 서해지구와 동해지구 군 통신선에서 이 시각 개시 통화와 팩스 송수신 점검이 종전처럼 진행됐고 설명했다. 서해지구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에서도 북한이 호출에 응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훈련을 남북관계 개선의 바로미터로 여기면서 반발하고 있어 남북 대화나 교류의 물꼬를 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이뤄질 때만 하더라도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남북관계 급진전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미 양측은 지난 4일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국장급 협의와 지난 6일 외교장관 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며 북한과 대화의 길을 모색하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려워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을 겨냥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며 "현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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