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8-10 08: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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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로 중도층 쟁취' 지령…"자한당, 저질당 각인"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북한 대남공작 부서가 간첩 혐의를 받는 활동가들을 통해 국내 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북측은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에게 여러 해에 걸쳐 구체적인 활동 지령을 내렸고, 이들은 활동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북측에 보고했다.
◇ 北 "반보수 투쟁 적극 전개"…피의자들 "재집권 기도 분쇄"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청주 지역 활동가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하조직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은 뒤 귀국해 2017년 6월 '조선노동당 자주통일 충북지역당'을 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측이 '어떤 경우에도 조선노동당이라는 표현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하자 같은 해 8월 조직 명칭을 '자주통일 충북조직회'로 확정하고 혈서 맹세문을 작성해 보고했다.
북측은 2019년 1월 '(한미) 합동군사연습 완전 중지', '전쟁 장비 반입 금지', '대북 제재 철회' 등 구호를 정해 연초부터 반미·반보수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북측은 같은 해 11월 '반보수 투쟁의 단계별 목표와 활동 방향'에서 "다음 대선의 목표는 촛불 항쟁으로 쟁취한 진보민주개혁 세력의 재집권"이라고 하달했고, 피의자들은 "보수 재집권 기도를 분쇄하고 반보수 투쟁을 내밀기 위한 사법적폐청산·검찰개혁시민연대를 1월 중순까지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피의자 중 일부는 지령을 받고 민중당(현 진보당) 충북도당의 분회장으로 활동했다.
피의자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는 손모씨는 2019년 10월 서울에 있는 민중당 중앙당 당 대표실을 방문해 사무총장과 독대했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다른 피의자 윤모씨를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
작년 10월 작성한 대북 보고문에는 '2022년 북녘 통일밤 묘목 백만 그루 보내기 운동을 전국적인 통일운동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국 정당·의회·언론·시민사회·노동조합 등 300여 곳에 참여 제안문을 발송했다'고 적혀 있다.
북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작년 3월 "어떤 경우에도 전염병 사태로 인해 반보수 활동이 위축·중단되지 않도록 건강 상태를 정상적으로 체크하면서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본사(북한)에 통지하기 바란다"고 지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 與 관계자와 '국보법 철폐' 등 논의했지만 "의제화 어렵다" 답변
북한이 피의자들을 통해 집권 여당에 접근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북측은 제21대 총선을 두 달 앞둔 작년 2월 '충북지역의 총선 관련 투쟁 계획을 작성하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정치권 동향을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령을 하달했다.
피의자들은 다음 달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정책실장을 만나 충북 지역 8개 선거구 후보를 확정한 이후 선거 전략을 묻고 '스텔스기 도입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주장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책실장은 "수위가 높아서 정치 의제화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들은 면담 내용 등을 토대로 보고문을 작성해 북측에 전달했다.
북측은 2019년 8월 지령문에서 "지역 운동권이 정의당 세력에 장악된 현실을 인정하고 민중당을 중심으로 진보운동 세력을 재편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두 달 뒤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동요하는 중도층을 쟁취하라'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여성 천시당, 태생적인 색광당, 천하의 저질당으로 각인시켜 여성들의 혐오감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다.
또 "중도층이 문재인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각종 통일 행사에 중도층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며 "중도층을 쟁취하기 위한 사업을 민중당의 대중적 지반을 확대하는 사업과 밀접히 결부해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피의자들의 대북 접촉은 국정원과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직전까지 이뤄졌다. 이들은 올해 4월 26일 국내 진보 정당·단체 동향을 보고했고, 5월 6일 북측으로부터 '진보당을 대중 정당으로 강화·발전시키는 문제는 변혁 운동의 견지에서 대해야 한다'는 지령을 받았다.
이들은 올해 5월 국정원·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뒤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북한 문화교류국은 민중당을 통일전선 전술의 핵심으로 판단했다"며 "피의자가 탐지·수집한 민중당 내부 사항을 북한이 인지할 경우 대남 공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용될 수 있어 대한민국 안전에 직·간접적인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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